정치권 "IMF협정 이행" 다짐…국제사회 한국불신 다소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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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재협상시비가 불거지면서 악화일로를 치닫던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인식과 지원계획이 13일의 청와대 회담을 계기로 다소나마 호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공황상태에 빠졌던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도 이번주 들어 다소 개선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물론 일본과 미국 등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하루하루 부도 위기를 넘기고 있는 데다 외화차입이 번번이 좌절되는 등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으나 국가전체가 금명간 대외채무에 대해 부도를 내는 위기는 모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1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남아 정부와 협상을 계속중인 IMF관계자들은 한국의 외환수급 사정을 조사한 결과 어렵긴 하지만 내년 3월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도 12일 저녁 (현지시간) 미국의 공영 PBS방송과의 회견에서 "자부심이 강한 한국 국민들이 IMF 협상결과에 대해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그 후 현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도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있다" 고 전제, "한국이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고 본다" 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상황이 크게 호전될 것이며 IMF도 우리의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고 이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오는 18일 대선 (大選) 이후 차기 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내년 3월 전에 대외신인도를 회복하면 최악의 금융위기는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필요로 하는 자금지원도 일단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IMF는 오는 18일 36억달러, 내년1월8일 20억달러 등을 당초 예정대로 지원할 것을 재확인했다.

세계은행 (IBRD) 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부총재도 13일 방한,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등과 만나 연내 20억달러.내년초 30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협의에 착수했다.

일본에서도 12일 오후부터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부도에 따른 파국을 막기 위해 급전을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반나절짜리 자금도 빌리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한국에 대한 해외의 인식이 호전됨에 따라 이번주부터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이와관련, 한국은행의 정규영 (鄭圭泳) 국제부장은 "외환수급상황으로 볼 때 대외 지급불능사태는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고 강조하고 "현재 환율수준은 지나치게 절하된 것으로 매우 비정상적인 수준" 이라며 "환율이 급등할 경우 외환보유고를 풀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IMF와의 합의에 따라 필요할 경우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을 안정시켜 나가겠다" 고 말했다.

워싱턴.도쿄 = 김수길.이철호 특파원, 김종수.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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