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되면 국제통화기금 (IMF) 측과 재협상하겠다는 공약을 마치 보물상자를 건져 오겠다는 장담처럼 계속 외치는 대선 후보들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연일 아침에 장이 서자마자 상승제한폭인 10%까지 올라 개장 즉시 폐장이 따르는 상황이다.
원화환율은 94년 멕시코 위기때 페소화가 50%나 절하됐던 사실을 무색케 하면서 무려 1백%나 절하됐다.
미국 국제금융연구소 프레거 국장 같은 사람은 IMF협상 타결후에도 한국에서 외환공황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 같이 점점 더 악화일로에 있는 이유가 주요 대선후보의 이런 IMF 재협상 주장에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IMF 재협상공약은 보물상자이기는커녕 재앙만 가득한 상자다.
IMF협정조건 가운데 찬성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면 이런 찬성할 수 없는 부분 때문에 아무 다른 대안도 없이 IMF자금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도 있는 발언을 공공연히 해서는 안된다.
IMF돈이 들어온 다음, 그리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정례 협의과정에서 은밀하게 논의해야 할 일을 지금 미리 큰소리로 주장함으로써 그 돈이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수순이 틀려도 이만저만 틀린 게 아니다. 황차 (況且) 이런 주장을 신문광고에까지 대서특필로 싣고 있대서야 말이 되는가.
원화가 지금같이 떨어지다가는 우리나라는 결국 외국에 진 빚의 지불불능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은 6.25에나 비길 대란이고 나라의 극단적 치욕이다.
지금이라도 IMF 재협상공약을 명문 (明文) 으로 철회하는 것만이 나라를 이런 위기에서 구하려는 한줌의 노력이라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