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향방 관심…공기업화 '뒤뚱' M&A등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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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우그룹이 쌍용자동차를 전격 인수하면서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아자동차의 향방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공기업의 길을 걷고 있는 기아차도 인수합병 (M&A) 쪽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 10월22일 정부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대출금 3천억원을 기아차의 주식과 맞바꿔 대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공기업화한다는 해법을 발표한뒤 법정관리하에서 후속절차를 밟고있는 중이다.

정부발표 직후 김선홍 (金善弘) 전회장등이 물러나고 진념 (陳稔) 전 노동부장관이 새로 회장을 맡아 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다.

정부의 의도는 일단 출자전환을 통한 공기업화를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한뒤 다음 정부에 기아차의 처리를 넘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제통화기금 (IMF) 의 구제금융지원을 둘러싼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개별기업의 경영난에 대해 직접 지원을 할 수 없다는 합의가 이뤄지고, 때마침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성사되면서 기아차도 공기업화 대신 다른 대안이 모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출자전환에 필요한 주주총회 소집이나 포드등 해외 합작선과의 관계정리등의 절차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차제에 기아차의 공기업화를 백지화하고 현대나 삼성에 M&A를 시키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 이건희 (李健熙) 삼성그룹회장이 삼성자동차가 다른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거나 반대로 타사에 삼성자동차를 인수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함께 거론한 것을 기아차의 향방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다.

현대 역시 쌍용을 인수한 대우의 부상에 위협을 느껴 기아차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에대한 정부나 관련기업들의 반응은 아직 부정적이다.

재정경제원은 9일오전 '정부가 기아차의 공기업화를 백지화할 것을 검토중' 이라는 일부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다.

출자전환은 예정대로 추진중이며, 개별기업에 대한정부 보조금에도 해당되지 않아 IMF와의 합의내용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은 기아차 인수나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일절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내년 3월 출시하는 자동차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뿐 다른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고 말했다.

그러나 IMF구제금융 이후 급변하고 있는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설사 출자전환이 이뤄지더라도 기아차가 공기업체제로 유지되는 기간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유규하.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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