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표 잡자" 찬조연설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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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선거전이 중반을 넘기면서 각 후보 진영은 찬조연설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국민회의의 경우 두차례의 TV토론회에서 기대만큼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판단한 데다 투표 하루전인 17일의 연설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최종회 대책에도 부심하고 있다.

국민신당은 자금난 등을 이유로 방송 찬조연설은 물론 신문광고도 하지 못해왔으나 최근 박찬종 (朴燦鍾) 전의원이 입당함에 따라 그를 서너차례 찬조연사로 내세울 것을 검토중이다.

당초 소박하고 자연스런 이미지 전달을 목표로 했던 한나라당은 국민회의의 역동적인 화면 구성과 파격적인 연사기용 등 공세에 당황, 뒤늦게 연설자를 교체하는 등 전면수정에 들어갔다.

이회창 (李會昌) 후보의 이웃 주민.동창.단골 이발사 등 李후보의 진면목을 잘 아는 사람들로 구성한 연사진을 교체, 국민회의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공격수' 를 전면 배치했다.

김홍신 (金洪信) 의원.이철 (李哲) 전의원등 민주당 출신인사들이 주 공격수로 기용됐다.

'내각제 = 망국의 길' '이인제후보 = 국가기강 살릴 수 없다' 는 논리로 상대 후보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가는 연설을 준비중이다.

이밖에 교수이자 만화가인 이원복씨 등을 전격 기용,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 등을 설명하는 포지티브 방식도 병행할 계획이다.

강용식 (康容植) TV대책본부장은 "여러 편의 연설을 제작한 후 상대의 대응을 봐가며 그날그날 적절한 것을 방송하는 탄력적 대응으로 맞서겠다" 고 밝혔다.

7회분 방송을 끝낸 국민회의는 찬조 연설자를 통한 정권교체론.경제책임론의 간접 홍보가 IMF정국과 맞아 떨어지면서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김영환 (金榮煥) 찬조연설팀장은 "제주 실업인 출신의 장원조씨, 자민련 박철언 (朴哲彦) 부총재 연설의 경우 재방 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며 "이같은 기조를 유지, 김대중 (金大中) 후보를 지도력과 통솔력 있는 지도자로 부각시킬 계획" 이라고 밝혔다.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 탤런트 백일섭씨, 최희암 연세대 농구감독 등이 남은 연설을 맡을 예정이다.

특히 崔감독의 경우 "능력있는 지도자인 DJ를 도와줘라" 는 선친 (先親) 의 유언을 화두로 "지도력과 통솔력을 갖춘 3점 슛을 날리는 발군의 스타가 나와야 한다" 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17일 방송될 마지막회 연설을 놓고 한나라당은 조순 (趙淳) 총재를 비롯한 3~4편의 연설을 녹화, 기획위원회에서 이중 한 편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국민회의는 지난해 수해로 사망한 사병의 어머니가 직접 출연한 '어머니의 눈물' 방송, 이회창후보의 병역의혹 불씨를 되살리는 방안 등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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