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방랑자' 사르크시안,20년간 경량급 강자 군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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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역도만 할 수 있다면 나라가 문제입니까. " 97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 호주대표로 출전한 '역도방랑자' 유릭크 사르크시안의 말이다.

올 36세인 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최고령선수다.

그는 지난 20년간 역도 경량급에서 국제적 강자로 꼽혀왔다.

구소련대표로 80년 19세의 나이에 모스코바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던 그는 역도를 위해 3번이나 국적을 옮긴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80년 소련대표로 발탁된 이후 지금까지 올림픽 금메달 이외에도 청소년선수권을 포함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세계신기록과 주니어신기록을 각각 12회와 14회씩이나 갱신했다.

사르크시안은 80년대말 구소련이 해체되자 바로 국적을 아르메니아에서 러시아로 옮겼다.

그의 조국 아르메니아에서는 역도에 전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르크시안은 러시아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러시아로 국적을 옮긴후 국내경기대회에 출전했다가 역기를 떨어뜨리며 큰부상을 입은 때문이다.

91년까지 러시아에서 별성적을 내지못하고 대표팀에서 제외되자 그는 다시 이웃나라인 벨로루시로 국적을 바꿨다.

그는 이곳에서 93년 유럽선수권대회 3관왕을 비롯, 각종 국제대회에서 상당한 성적을 올렸다.

그는 전병관이 버티고 있는 한국을 비롯, 중국과 터어키세에 밀려 세계무대에서 정상 진입은 못했지만 꾸준히 4.5위는 유지하는 실력자로 꼽혀왔다. 사르크시안의 마지막 국적 변경은 지난 95년. 2천년 올림픽을 앞두고 호주가 아마추어스포츠 강화의 일환으로 그를 초청한 것이다.

그는 호주국적으로 애틀랜타올림픽에 출전, 7위를 기록했었다.

사르크시안은 7일 경기가 끝난후 "은퇴는 생각도 안해봤다" 며 "힘이 닿는데까지 현역으로 남을 것" 이라고 말했다.

치앙마이 (태국)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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