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롱속 외화 예금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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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달러와 엔화 등 외국돈을 장롱 속에 보관하고 있는 집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한 절도범을 통해 드러났다.

서울의 부잣집 동네만 골라 절도행각을 벌여오다 경찰에 붙잡힌 이 도둑에 따르면 범행 대상으로 고른 집 가운데 절반 가량에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외화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 도둑의 범행은 과거 3~4년 전의 일이지만 마침 외화부족으로 나라 경제가 파탄지경에 처한 가운데 터져나온 소식이어서 마음을 무겁게 한다.

부정한 돈만 아니라면 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를 비난할 것은 아니다.

또 그들이 부유층이라고 해서 외화소지 자체를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빈부간 문제로 비화시키는 것은 위험한 태도다.

해외여행이 자유롭고 업무나 관광차 외국에 나가는 일이 많은 요즘 다소의 차이일뿐 웬만한 가정이라면 외화를 다소간 소지하고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외화관리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다.

지금 우리는 외화부족으로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도 소중한 외화를 장롱 속에 방치한 가정이 적지 않음을 이번 사건은 말해주고 있다.

한푼이 아쉽다고 시민단체들이 외국동전 모으기에 나서고 코흘리개들까지 동참하는 마당에 외화를 사장하는 가정이 많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마도 이처럼 가정에 보관하고 있는 외화를 모으면 수억달러는 좋이 될 것이다.

예금하면 외환위기 극복에도 적지않이 보탬이 될 것이다.

집안에 있는 외화를 예금하자. 외화를 장롱 속에 묻어두면 개인적으로도 손해다.

해외여행에서 남은 돈을 은행에 예금하면 이자수익도 얻을 수 있고, 나중 외국에 나갈 때도 그만큼 더 갖고 나갈 수 있다.

국가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하는 국민의 동참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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