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20승 투수 김현욱 각종상 들러리 취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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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승투수' 김현욱 (쌍방울) 의 겨울은 서럽기만 하다.

그냥 20승도 아니다.

다승은 물론 방어율 (1.88).승률 (0.909).투수부문의 타이틀 3개를 거머쥐었지만 풍요로운 가을바람은 그를 모른 채 스쳐 지나갔다.

각종 시상식에선 언제나 들러리. 상을 받기도 했지만 자신의 20승이 정당한 평가를 받았다기보다 워낙 무명이었기 때문에 받은 상이 대부분이었다.

이대로라면 마지막 남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

투수부문 3관왕을 이룬 20승투수가 이같은 홀대를 받기는 처음이다.

원년 24승에 똑같이 방어율.승률타이틀을 거머쥔 박철순은 시즌 MVP에 올랐고, 선동열도 투수부문에서 3개 타이틀을 획득했을 때는 어김없이 시즌 MVP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김현욱은 단 한번의 선발등판이 없었고, 더욱이 김성근 감독의 '만들어주기' 로 이룬 기록이란 점 때문에 그의 3관왕기록이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워낙 내성적이고 순한 성격의 김현욱. 이같은 분위기에서 느끼는 좌절감은 오히려 동료들이 더욱 깊다.

동료들은 "만들어준 20승이라면 방어율 1위를 어떻게 차지할 수 있었느냐" 고 반문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가뜩이나 말이 없고 내성적인 김이 이로 인해 모처럼 자신감을 얻을 기회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쌍방울 주장 김기태는 "투수가 자신감을 갖고 던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투구내용은 천양지차다.

그런데 현욱이는 최근 자신의 기록이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지자 자신감을 잃은 듯한 표정" 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김은 내년 7, 8승이면 만족한다고 밝히고 있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20승의 영광을 가슴에 묻은 채 김은 다시 무명으로 돌아가 내년시즌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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