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에 대한 청와대 입장…"클린턴 전화 받고서야 위기실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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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요즘 김영삼대통령에게 "외환실태를 제대로 못챙겨 죄송하다" 고 고개를 떨군다.

IMF에 손을 벌리게 만든 외환위기의 실상을 청와대도 몰랐다는 자책이다.

거꾸로 말하면 재경원과 한은의 외환 관리및 보고과정의 어느 한 구석에서 이를 감췄거나 축소했다는 얘기다.

지난달초 한은에서 10월말 외환보유고를 3백5억달러로 발표했지만 실제 가용재원이 1백억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은 빠져 있었다.

金대통령은 이런 위기 상황을 당시 경제팀 (姜慶植부총리.金仁浩경제수석) 으로 부터 듣지 못했다고 한다.

金대통령이 "외환쪽이 어렵단다.

심각하데이…" 라고 되뇐 것은 이들 경제팀을 경질할 무렵이라는 것. 11월20일께 다른 채널로 외환사정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도 닷새를 버티지 못할 정도인지는 몰랐다고 한다.

金대통령이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실감한 계기는 11월28일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전화였다고 청와대측은 말한다.

청와대는 외환위기 실태가 덮어진 요인.과정을 내부적으로 조용히 추적하고 있다.

金대통령은 전임 경제팀으로부터 명쾌한 보고를 받지 못해 외부인사나 실무 비서관들을 직접 불러 물었다고 한다.

그 이유로 姜전부총리.金전수석이 사태를 안이하게 판단해 실무진의 보고서를 묵살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다.

반면 재경원.한은 실무진이 이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숨겼다는 의심도 청와대에 있다.

한 관계자는 "기획원 출신 두사람이 재무부 출신에게 따돌림당했을 것" 이라며 여기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정이 어떻든 청와대의 업무 장악력이 형편없음이 드러나고, 궁극적인 책임이 金대통령에게 있다는 논의가 확산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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