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IMF와 합의내용 발표한 임창열 부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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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5일 "은행에 대해서는 부실화되더라도 바로 폐쇄 조치는 내리지 않기로 국제통화기금 (IMF) 과 합의했다" 고 밝혔다.

林부총리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IMF이사회 직후 IMF 자금지원 조건에 대한 공식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정부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피하지 않겠다" 며 "다만 지금은 정부에 힘을 모아줘야 할 때" 라고 말했다.

- IMF협의단과의 협상이 막판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이유는.

"한국에 파견된 실무협의단과는 잠정합의가 됐었다.

그러나 협의단이 IMF본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요구조건이 추가됐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둔 특수한 상황도 작용했다.

당초에는 3당 정책위 의장이 IMF합의문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하는 선에서 합의가 됐으나 정권이 바뀔 경우 IMF와의 합의를 인정할 것이란 보장이 없으면 IMF이사회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고 미셸 캉드쉬 IMF총재가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재경원 간부들이 3당 후보들을 설득하러 다닌 것은 사실이다. "

- 외환보유고가 바닥날 줄 사전에 전혀 몰랐나. "작년말 외환보유고가 3백35억달러였는데 올 10월말까지 30억달러 밖에 줄지 않았었다.

한국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외채상환능력이 있는 국가였으나 단기외채 비중이 너무 높은게 문제였다. "

- 한국의 외환보유고 통계에 대해 IMF측이 신뢰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숨기기 위해 거짓 보고했다는 말은 터무니없다.

다만 한국은행이 국내은행 해외지점에 일부 외환을 맡겨 놓았었는데 외환보유고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과정에서 이 통계가 바로바로 체크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

- 최근 사태가 국내 재벌그룹의 지나친 차입경영에서 비롯됐다고 하는데 정부는 책임이 없나. "대기업들이 은행빚을 잔뜩 끌어다 경영을 하면서 잇따라 도산, 부실채권이 갑작스럽게 불어났다.

이럴 경우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할 수 밖에 없었으나 정부로선 구조조정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개입하지 않았다.

금융기관이 기업에 단기채권을 그렇게 많이 대준 것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도 있다. "

- 미국의 차관보가 IMF실무단과 협상과정에서 일일이 개입했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립튼 차관보가 힐튼 호텔에 머물며 IMF실무단과 협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차피 IMF이사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미국.일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안되는 이상 립튼 차관보가 서울에 오지 않았더라도 워싱턴에서 미국이나 일본의 입장이 조율됐을 것이다. "

- 통합금융감독기구를 총리실 산하에 두라는 요구도 있었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는 없었다.

내년 1월 IMF이행감시단이 다시 와 이번에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협상하게 될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나 금융실명제에 대한 부분적 보완 방안도 이 때 다시 거론될 것이다. "

- 합의문 외에 이면계약서가 또 있다는데.

"IMF가 돈을 주기 전에 먼저 이행해야 할 조건들을 명시한 계약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9개 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나 세제개편 방향을 밝힌 것등이 이 계약서의 내용이었다.

그 외 아직 밝혀지지 않은 추가 요구는 없었다. " - 워싱턴에서 발표된 내용에는 내년 성장률목표가 2.5%, 물가상승률은 5.2%로 돼있다는데 장관의 발표와 다르지 않나.

"IMF는 성장률을 2~3%로 요구했다.

최종 합의문에는 약 (about) 3%선으로 돼있다. "

- 최근 사태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해온 전현직 정부관료에 대한 인책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안이하게 대응한게 어떤 부분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달라.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게 아니라 정부에 힘을 모아줘야 할 때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피하지 않겠다.

나중에 책임지겠다. "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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