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대 미흡한 TV토론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대선후보들의 첫 합동TV토론회는 후보들의 미숙과 진행방법의 문제로 인해 기대에 못미쳤다는게 중평 (衆評) 이다.

토론을 통해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검증하고 정책의 우열 (優劣).차별성을 찾아보자는 것이 토론회의 취지였으나 후보들은 정책토론보다 식상한 정쟁 (政爭) 쪽에 더 골몰했다.

토론주제가 경제정책이었는데도 후보들은 IMF구제금융 이후 우리가 겪어야 할 고통스런 구조조정과 새 경제운영방식에 대해 누구도 비전과 해법 (解法) 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새로운 경제상황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높은데도 나름대로의 처방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었다.

대신 후보들은 경제실패의 책임공방과 아들병역문제.비자금문제 등 정치쟁점을 놓고 서로 상대를 공격하는 볼썽사나운 입씨름에 치중했다.

이 과정에서 인신공격성 발언과 감정적 또는 반말조의 대응까지 나와 후보들의 미숙성을 드러냈다.

특히 아쉬운 것은 유머나 위트 같은게 거의 없었고 후보들의 인간적 깊이나 여유를 느낄 품위나 격조있는 발언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토론회는 시종 경직되고 긴장된 가운데 세 후보들이 말 한마디라도 서로 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각박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대선후보라면 이 나라 최고의 지도급 인물인데 그런 인물다운 여유와 배짱.품위를 앞으로의 토론회에서는 보여줘야 할 것이다.

토론회의 이런 문제점은 진행방식에도 원인이 있다.

기조연설과 발언시간이 대체로 너무 짧았던 것 같다.

복잡한 정책문제를 1분 또는 1분30초만에 발언하자니 자기에게 유리한 측면, 상대를 공격하는 측면만 말하게 되고 정작 토론은 하기 어렵게 된다.

이번 경우를 거울삼아 후보와 토론위원회측은 좀 더 나은 토론회를 준비하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