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나머지 종금사는 안전한가(8)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9개 종금사가 영업정지당하자 종금사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2일 하루 종금사가 밀집해 있는 서울 명동거리에는 예금의 '대이동' 이 일어났다.

D.J종금등 영업정지는 피했지만 부실이 많다고 소문난 종금사들에서 예금을 빼 우량종금사나 은행으로 옮기는 고객이 줄을 이었다.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이날 움직인 돈은 수천억원대로 추정됐다.

또 한불.한국등 자산상태가 괜찮은 선발종금사들도 "예금이 안전한가" 라는 문의를 빗발치게 받았다.

한불종금의 고위관계자는 "부실종금사에 대한 정리작업이 명확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우량종금사에도 뜻하지 않은 피해가 올 수 있다" 고 말했다.

종금사 전체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영업정지가 단발성조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연내에 추가 영업정지조치가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내년초부터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추가정리작업이 나올 수 있다.

곧 시작될 전 종금사에 대한 자산실사작업도 이를 위한 전단계다.

이에 따라 나머지 종금사들은 일제히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대출이 많이 물려 '부실종금사' 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있는 곳들이 조만간 가시적인 자구전략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은 대기업 계열종금사의 경우 모기업의 자금을 동원해 대규모 증자나 다른 계열금융기관과의 합병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영업정지당한 한솔종금의 경우 모기업의 지원을 통한 증자를, 쌍용종금은 쌍용투자증권과 합병하는 방안을 생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자와 함께 외국인 출자자를 물색하고 나선 곳도 있다.

여기에는 외국인 주주가 있는 곳은 정부가 함부로 칼을 대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 외환수급개선명령에 이어 외환업무양도조치까지 당한 삼양종금은 외국인주주를 통해 증자를 발표하자 이날 영업정지대상에서 제외됐다.

K종금 관계자는 "워낙 신인도가 떨어져 외국인 출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회사의 존폐가 달려 있는 만큼 적극 나설 예정" 이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