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1일 새벽 "타결됐다" 밝힌후 다시 먹구름(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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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 오전1시5분 서울 힐튼호텔에서 이틀간의 마라톤 협상을 마치고 나온 임창열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양측이 최대한 의견을 조율해 실무자간 협상이 마무리됐다" 고 말했다.

그는 "미셸 캉드쉬 IMF총재와 1일 오전중 전화통화를 통해 조율을 거쳐 발표하겠다" 고 덧붙였다.

이는 협상 타결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사실은 휴버트 나이스 IMF협의단장과의 협상에서 완전히 타결되지않은 부문이 있었다.

바로 부실 금융기관 정리와 내년 경제성장률. 성장률은 3% 이내로 타협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나이스단장은 2.5% 요구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나이스단장이 요구한 12개 종금사의 즉각 폐쇄에 대해서도 정부는 3~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폐쇄하기를 원했다.

결국 나이스단장은 林부총리에게 이 두가지 부문은 캉드쉬 총재와 직접 조율하라고 권고했다.

林부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캉드쉬총재로부터 양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따라서 '협상 타결' 을 발표했다.

1일 오전10시30분. 청와대에 결과를 보고하러 들어간 林부총리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캉드쉬 총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캉드쉬의 반응은 냉담했다.

캉드쉬 총재는 짧은 전화통화뒤에 다른 일정을 이유로 전화를 끊었다.

林부총리는 그 이후 전화통화를 계속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캉드쉬 총재는 이 시간 말레이시아에서 "한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한국인들이 IMF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며 "이번주내에 협상이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 말했다.

IMF로서는 지원시기가 다소 늦어져도 문제될게 없다는 태도였다.

결국 이날 오후3시로 예정돼 있던 정부의 국무회의와 합의문 발표는 연기됐다.

林부총리는 이날 오후2시 서울 여의도 맨하탄호텔에서 3당 정책위의장들과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이런 가운데 캉드쉬 총재는 나이스단장에게 연락해 IMF안대로 협상을 끝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4시부터 정부협의단과 IMF협의단이 다시 힐튼호텔에서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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