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實名制 失名될까 발끈…"국회 대체입법 반대할땐 언제고…"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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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청와대는 28일 실명제를 뜯어고치자는 정치권 공세에 완강히 맞섰다.

기업의 대출금 상환유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기는 마찬가지다.

김영삼대통령은 이미 "실명제가 풀리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고 일축한바 있고, 참모들은 보완 불가의 논리를 가다듬었다.

청와대측은 먼저 金대통령의 지적대로 "실명제의 골격을 건드리기 시작하면 전부를 건드릴 수 있어 상당한 혼란이 온다" 는 것이다.

효과면에서 볼 때 실명제 보완은 '기대치 이하' 라는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 장롱속에 숨겨져 있는 검은 돈은 많지않고, 음성자금의 대부분은 이미 가.차명 계좌로 제도금융권 속에 흘러다니고 있다" 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하자금을 산업 자금화하기 위한 무기명 장기채같은 보완책은 부작용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무기명 장기채는 구린 돈을 갖고있는 사람을 도와주는 꼴이 돼서, 일반 국민들이 그 내용을 알면 반대할 것" 이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고치자는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일 것" 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국회에 내놓은 (실명제 긴급명령) 대체입법안을 정치권이 묵살해놓고 딴소리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대체입법안은 중소기업등에 투자할 경우 20%의 소위 도강세 (渡江稅) 를 물리고 자금출처를 따지지 않기로 한 실명거래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안에다, 자금세탁 방지법안이다.

또다른 당국자는 "국회가 자금세탁방지법안을 처리하기 싫어 대체입법안까지 심의를 보류했다" 고 주장했다.

때문에 金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한 대선전략에서 정치권이 실명제 보완.유보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이 당국자는 "실명제의 인식이 안좋아서인지 대선후보들이 안정희구 세력의 표를 얻기위해 일단 보완론 쪽으로 달려가 보자는 것" 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IMF에서 급전을 구해와도 금융시장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실명제의 전면 보완론이 더욱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걱정한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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