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무대위의 인생…연극배우의 복잡미묘한 일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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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출연배우 단 두 사람의 대화로만 이어지는 색다른 영화. 미국의 유명한 희곡작가 데이비드 마멧이 자신의 희곡을 TV용 영화로 직접 각색했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81년) , '호파' (92년) , '말콤 X' (92년) , '글렌게리 글렌로스' (92년) 등의 각본을 써 시나리오작가로도 유명한 마멧은 다람쥐 쳇바퀴돌듯 돌아가는 일상에 갇힌 사람들의 일상적인 수다를 현실감있게 포착해내는 능력으로 연극무대와 영화계에서 인정을 받아왔다.

'무대 위의 인생' 도 연극배우의 수다스런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사람의 주인공은 베테랑 연극배우 로버트 (잭 레먼) 와 막 떠오르는 신인배우 존 (매튜 브로데릭) .노배우와 햇병아리 배우의 조합은 다소 설정이 진부해보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가 무대 위에서 평생을 보낸 노배우의 미묘한 심리를 잘 드러내준다.

존은 오랜 경륜과 연기철학, 게다가 카리스마까지 갖춘 로버트와 함께 공연하는 행운을 잡게 되어 분장실을 함께 쓰기 시작한다.

로버트는 그에게 커다란 영감을 안겨주는 존경의 대상이지만 황혼기를 맞기 시작한 로버트는 오히려 존을 시샘한다.

영화는 로버트의 자살소동 등 노년에 접어든 그의 정서적인 불안과 방황을 존의 시선을 통해 쫓아가면서 두 사람의 대화와 이해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노배우역을 실제의 노배우 잭 레먼이 복잡미묘한 심리를 섬세한 연기에 담아 전달해준다.

유머와 페이소스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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