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박물관 1호 보물 ⑥영국 여왕 생일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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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옆을 장식한 꽃 화분도 형형색색의 떡으로 빚은 ‘꽃나무 떡’입니다. 말린 문어를 가위로 오려 봉황 모양을 낸 ‘문어 오림’도 궁중이나 양반가 각종 의례에 오르던 전통 음식이고요. 총 마흔 일곱가지 음식을 만들고 차리느라 12명이 2주간 매달렸다고 하네요. 특히 꽃나무 떡을 빚는데는 사흘 밤낮이 꼬박 걸렸답니다.

여왕은 상을 받고 “내 생애 가장 뜻깊은 생일상”이라며 기뻐했다지요. 그러나 한·영 양국의 사전 의전 조율 과정에서 이 음식은 여왕이 들지 않기로 되어 있었답니다. 조 여사가 빚은 안동소주는 너무 독해 축배주로 사용하지 못했고, 맑은 청주에 입술을 축인 게 전부였다는군요. 여왕은 부비서관을 통해 조 여사에게 “맛보지 못해서 서운했다”는 내용을 담은 감사장을 전달했답니다. 생일상에 오른 음식은 고스란히 서울의 한 음식 모형 제작업체에 보내졌고, 이곳에서 재현한 상은 조 여사가 세운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이경희 기자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www.andongsoju.net)=경북 무형문화재인 안동소주 전문 박물관. 술·전통음식 관련 자료 440여점을 전시한다. 무료관람. 054-858-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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