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S&P,한국신용등급 왜 깎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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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융 상황은 급속히 악화되는데도 당국은 이를 인정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를 계속 꺼렸다.

이를 반영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다." 미국의 세계적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가 25일 (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 (중장기) 를 종전의 A+에서 A - 로 한꺼번에 두단계나 낮추면서 붙인 설명이다.

마치 무슨 판결문 같은 S&P의 발표는 이어 매우 상세히 '앞으로 몇달동안 더 두고볼 일' 들까지 적시했다.

S&P는 이날 한국에 대한 평가를 새로 낮춰 잡으면서 설상가상으로 새 평가등급에 대해서조차 '요주의' 딱지를 붙여놓았다.

앞으로 몇달동안 다음과 같은 세가지 사항을 특히 주의해 보다가 좋지 않으면 또 다시 등급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첫째, 여러 나라.기관들이 한국을 공식적으로 얼마나 돕겠다고 나서는가.

또 '지원조건' 은 어떠한가.

둘째, 대선이후 출범할 새 정부에 얼마나 힘이 실릴 것인가.

셋째, '시장원리' 에 따른 개혁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다음 정부가 얼마나 이행하는가.

이같은 이유와 조건을 들어 S&P는 한국의 단기 신용등급 평가도 종전의 A1에서 A2로 한단계 낮췄다.

말이 한 단계지 예컨대 뉴욕시장에서 A1이면 CP를 발행하는데 애를 먹진 않지만 A2면 CP 발행 자체가 매우 어려워진다.

얼마전 단기 신용등급이 A2로 내려간 산업은행은 이 때문에 만기가 닥치는 CP를 제때 재발행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아무튼 국가 장기 신용등급 평가가 A - 로 내려감에 따라 이제 산업은행등의 등급도 민간은행중 가장 신용상태가 좋은 장기신용은행과 같아졌다.

S&P는 이와 함께 한국의 공적보유를 나름대로는 2백50억달러라고 예측하고 산업은행.수출입은행등을 포함한 정부부문의 상환능력은 충분하나 민간부문의 단기부채가 약 7백억달러에 이르므로 한국은 2백억달러보다 훨씬 많은 금융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밖에 S&P가 지적한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이 금융지원을 끌어오더라도 금융.실물부문의 구조조정 능력과 의지가 더욱 확실히 확인되지 않는한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은 어렵다.

▶은행.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97년 GDP규모의 2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올해 GDP의 19%로 예상되는 정부 채무부담은 두배 이상으로 늘 것이다.

▶원화 절하에 따른 수출증가로 경상수지 적자가 98년 초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만 아시아 시장의 수요가 약해 가까운 시일안에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데는 한계가 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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