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50년 밀월 흔들…네타냐후 집권후 유대원리주의 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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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철석같던 '미국 - 이스라엘 커넥션' 에 심각한 금이 가고 있다.

양국간에 일고 있는 종교분쟁 때문이다.

국제정치, 특히 중동정세에 큰 축을 이뤘던 두나라간 밀착은 이스라엘이 건국한 지난 48년 이후 근 50여년간 특수관계로 이어져왔다.

이같은 관계 뒤에는 미국내 6백만 유대인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정.관계는 물론 재계.언론계등 각계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는 이들은 워싱턴 정계를 움직여 늘 '마음의 고향'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이후 점차 밀월구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의 등장으로 유대교 원리주의자들이 득세, 종교적으로 진보적인 미 유대인들을 '이단' 으로 몰아친 까닭이다.

세계 유대교는 크게 3개 분파로 분류된다.

전통적 교리에 가장 충실한 원리주의, 세태와의 부분적 타협을 인정하는 보수파, 그리고 보다 세속적인 개혁파가 그것이다.

19세기 독일에서 발생한 유대교 개혁운동은 보수.개혁파를 잉태시켜 멀리 미국에서 만개했다.

현재 미국 유대인들중 80%가 보수.개혁파로 분류될 정도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현 리쿠드당 정권은 정치기반을 원리주의에 충실한 종교운동에 두고 있다.

자연히 이스라엘 사회 전반에 원리주의가 거세지면서 보수.개혁파를 종교적 변절자로 지탄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 의회는 지방 종교단체에 보수.개혁파 인사들의 참여를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스라엘의 분위기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유대인들간 반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미국 유대인들은 지난 17일 때마침 미국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 환영만찬에서 '이스라엘이 미국 유대인들을 소원케 한다' 는 배지를 달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 최근 미국 상원은 대 (對) 이스라엘 원조안을 잇따라 부결시켰다.

예전같으면 막강한 유대인측 로비스트들이 워싱턴 정가를 들쑤시고 다니며 부결을 원천봉쇄했을게 틀림없기 때문에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곱지 않게 보게 된 미 유대인 실력자들이 활발한 지원사격을 중단해버렸다.

누구보다 애가 닳은 것은 미국통으로 유명한 네타냐후 총리다.

그는 방미기간중 (17~19일) 가진 한 유대인 모임에서 "이스라엘 종교단체들은 미 유대인들을 절대 백안시하지 않는다" 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네타냐후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나라 유대인들 사이의 반목이 쉽게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대립에서 보듯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는 신앙의 대립에서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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