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개 대형 해운사, 이달 말 생사 갈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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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12면

3일 오후 4시 서울 삼성동 자산관리공사(캠코) 사무실. 정부·채권은행들과 함께 선박펀드 구조조정안을 짜고 있는 태스크포스팀의 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조선소에서 짓고 있는 배를 선박펀드에 포함시킬지, 은행들이 현물로 출자할 선박의 가격을 어떻게 산정할지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어떻게 되나

공사 관계자는 “애초 3월 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돌아온 다음에야 가능할 것 같다”며 “해운사와 은행·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캠코 등 이해관계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안을 만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2조∼4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우량 해운사에 배를 빌려 주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해운·조선 구조조정도 신속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들은 1월 1차 구조조정안을 발표해 16개 건설·조선사들을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C·D등급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대부분의 업체가 경영 정상화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3월 말까지 끝낼 예정이던 양해각서(MOU) 체결도 덩달아 늦춰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15개사 워크아웃, 5개사 퇴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차 구조조정안이 발표됐지만 부실 확대를 우려한 은행들이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채권은행단은 현재 해운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3차 구조조정안을 짜고 있다. 금융권 대출이 많은 37개 중대형 선사의 생사를 이달 말까지 판가름한다. 보유 선박 중 빌린 배의 비율이 높으면서 일감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회사들이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으로 판정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24일까지 기업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월말에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임종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와 물동량 감소로 국적과 규모를 불문하고 모든 해운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고 조선 산업에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다”며 “망할 회사는 빨리 추려 내고 살릴 회사는 과감히 지원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은 “내수 산업인 건설과 달리 해운은 70%, 조선은 90% 이상이 해외 주문”이라며 “구조조정이 늦어질수록 살아날 회사까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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