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첩사건]학계반응(10)…"믿기지 않는다" 아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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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영복 (高永復) 교수의 간첩혐의 구속사실이 알려지자 서울대는 물론 학계 전체가 경악에 휩싸였다.

高교수가 재직했던 서울대 사회학과 A교수는 "5공 당시 문교부장관 하마평이 있었을 정도로 보수적 인사다. 사상적으로 보수.중도에 가까웠는데 믿기 어렵다" 며 "혹시 북에 있다는 친척 때문에 마수 (魔手)에 걸려든 것 아닌가 싶다" 고 말했다. B교수도 "高교수는 비유학파로 한국 사회학을 발전시킨 사회학계의 대표적인 2세대 학자" 라며 "이 일 때문에 관련 학계에까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경제학부 C교수도 "전혀 뜻밖이다.

재직시절 어용교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친 (親) 정부적 인사였다. 5공 시절에는 전두환 (全斗煥) 정권의 두뇌집단이라 할 수 있는 현대사회연구소 소장으로 오랫동안 재직하는등 최근까지 권력의 양지 (陽地)에 있던 분인데 의외다" 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학계도 가위 공황 (恐慌) 상태에 빠져있다.

강원대 D교수는 "학계의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혹시 70년대 일부 지식인들이 북한에 대해 호의를 가졌던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장학자인 E교수는 "관변연구소에 몸담았지만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어용인사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사람 좋고 무난했다.

高교수의 사회문화연구소에서 발간한 책은 모두 원론적인 교과서급이었다.

간첩이라니 너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 말했다.

다른 한 교수는 "高교수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자본주의자라고 믿었다" 며 끝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서울대 일부 교수는 "왜 나에게 高교수에 대해 묻느냐" 며 과민반응을 보이는등 불똥을 우려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한편 서울대 한 보직교수는 "조만간 명예교수 임명 취소 절차를 밟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난감할 뿐" 이라고 토로했다.

김창호.고정애 기자

<고영복 서울대 명예교수 약력>

▶28년 경남함양 출생

▶54년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56년 서울대 대학원 졸업

▶62~66년 이화여대 전임강사.조교수

▶66~93년 서울대 교수

▶71년 한국사회학회 회장

▶73년 남북적십자회담 자문위원 (73년 3, 7월 평양회담 참석)

▶81년 평화통일 정책자문위원,국무총리 정책 자문위원

▶81~82년 현대사회연구소장

▶84년 보사부 사회보장 심의위원

▶90년 사회문화연구소장

▶93년 서울대 명예교수

▶94년 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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