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국 금융난 대책 착수…미국 재무차관보 내한 재경원·한은과 협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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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이 우리나라 금융위기 극복을 돕기 위한 지원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티모시 가이스너 미 재무부 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테드 트루먼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국장이 비밀리에 필리핀 항공을 이용, 20일 오후1시30분 김포공항에 들어왔다.

이들 일행은 입국후 곧바로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과 이경식 (李經植) 한국은행총재를 각각 만나 우리나라의 외환사정및 금융시장 혼란 정도와 이에 따른 미국 정부의 지원방안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공항에서 본사기자에게 "지금으로선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며 언급을 피했다.

이들은 재경원및 한은과의 협의를 마친 뒤 이날 저녁 출국했다.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한국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태국.필리핀 금융사태때보다 더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 미국측 인식" 이라며 "한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자신들의 입장및 대책을 표명하기에 앞서 실제 상황을 점검하러 온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미국.일본.중국및 동남아국가연합 (ASEAN) 등 12개국과 우리나라의 금융위기 타개책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재무차관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엄낙용 (嚴洛鎔.전 재경원 2차관보) 관세청장은 "우리나라를 포함, 역내 국가들의 금융위기에 대해 국제통화기금 (IMF) 을 중심으로 각국이 협조해 지원하는 체제 구성을 논의했다" 고 밝혔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19일 (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 발표와 관련,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미국은 한국의 새 경제팀이 특히 금융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책으로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신속한 행동을 취하도록 고무한다" 고 밝혔다.

그는 또 "미 재무부는 연방준비위원회. 국제통화기금등과 함께 한국의 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보아오고 있으며 지난 수 주일간 한국 정부와 긴밀한 접촉을 해오고 있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명서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한국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되찾고 장기간에 걸친 괄목할만한 성장의 바탕이 돼온 경제의 제반 여건을 강화하는데 성공하기를 깊은 이해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고 밝혔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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