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LG김태진 당찬 '땅꼬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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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LG 가드 김태진 (23) , 신장 1m74㎝' - . 키로만 본다면 그는 도저히 농구선수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엄연히 프로농구선수다.

제일 작기는 하지만…. 그는 '작은 고추가 맵다' 는 말을 새삼 일깨워주는 선수다.

마치 '총알탄 사나이' 를 연상케 하는 빠른 발과 찰거머리 수비로 상대선수의 넋을 빼앗아버리는 LG의 보배다.

2m가 넘는 장대숲을 헤치며 맹활약을 펼치는 미프로농구 (NBA) 의 최단신 가드 '먹시' 타이론 보그스 (1m60㎝) 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김태진의 이러한 진가는 지난 18일 기아와의 원정경기에서 더욱 빛났다.

LG 이충희 감독은 기아공격의 시발점인 가드 강동희를 묶는데 승부를 걸었다.

스피드와 노련미에 세기까지 갖춘 강동희를 잡기 위해서는 그에 필적하는 빠르기와 투지가 필수조건. 이 감독은 주저없이 명지대 시절부터 뛰어난 경기운영에다 '악바리 수비' 로 이름난 김태진을 '강동희 잡기' 에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기아는 김태진이 강동희를 귀찮을 정도로 괴롭힌 탓에 2쿼터까지 트레이드마크인 속공을 한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하는등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강동희는 이 경기에서 13득점.7어시스트에 필드골 성공률이 33%에 불과했다.

김의 수비에 완전히 막혀버린 것이다.

'땅꼬마' 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김태진은 3점슛 3개를 포함, 18점을 넣어 이날 양팀 통틀어 두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그동안 취약점이었던 빈약한 공격력이 상당부분 보완된 것으로 이제 김태진이 공수 양면에서 큰 공헌을 할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한판이었다.

전문가들은 "단신임에도 스피드와 투지를 앞세워 좋은 경기를 펼치는 김태진의 모습은 다른 단신선수들에게 큰 용기를 줄 것" 이라고 말했다.

부산 =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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