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에도 좌우구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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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질병에도 좌우가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질병의 좌우구분을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대장암만큼은 예외다.

동양철학적 관점에 근거한 동양의학은 인체의 상하나 좌우를 음과 양이라는 서로 다른 개념으로 규정하고 이에 근거해 치료를 하고 있다.

서양의학 : 대장암의 경우 발병원인은 물론 증상과 치료까지 좌우가 서로 다르다.

이유는 수정란에서 개체에 이르기까지 발생학적으로 대장은 서로 다른 배아 (胚芽)에서 출발해 만난 두개의 튜브가 만나 하나를 이루기 때문. 따라서 해부학적으로 동일장기로 보이지만 질병양상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 우선 왼쪽대장에 생긴 대장암은 대장벽을 따라 둥글게 고루 퍼져 자라며 이때문에 암덩어리가 대장을 막아 대변배출을 방해하는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설사와 변비가 교대로 나타나며 간헐적인 복통도 나타난다.

혈액이 섞여 나오는 대변이나 평소보다 훨씬 가늘어진 대변이 나오는 것도 왼쪽 대장암의 특징. 반면 오른쪽 대장암은 왼쪽 대장에 비해 굵고 벽이 얇아 대변폐쇄증상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대변에 섞여나오는 혈액도 현미경으로 살펴야 겨우 보이는 이른바 잠혈 (潛血) 이 대부분. 왼쪽 대장암에 비해 빈혈로 인한 피로와 무력감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다.

진단과 치료도 서로 달라 항문과 가깝게 위치한 왼쪽 대장암은 비교적 진단이 용이한 반면 항문과 멀게 위치한 오른쪽 대장암은 진단이 어려운 편. 반면 치료의 경우 왼쪽 대장암은 오른쪽 대장암에 비해 수술받을 경우 배변출구를 인위적으로 만든 인공항문을 배에 착용해야하는 수가 많다.

고위험군도 서로 다르다.

왼쪽 대장암은 환경적인 경향이 크게 작용한다고 보며 오른쪽 대장암은 유전적 요인이 크다고 본다.

즉 섬유소가 적고 지방이 많은 식사를 위주로 하게 되면 왼쪽대장암에 걸릴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고 집안에 대장암환자가 많거나 대장에 해로운 담즙산을 대사하는 효소능력이 체질적으로 낮은 경우 오른쪽 대장암이 많이 생긴다는 것. 임신과 분만이 늦은 여성이라면 왼쪽 대장암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교수팀이 최근 첫임신과 첫분만시 연령이 늦을수록 왼쪽 대장암이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예방의학회에서 발표했기 때문.

동양의학 : '인체가 곧 소우주' 라는 동양철학적 관점을 바탕으로한 동양의학에서는 피부를 기준으로 겉은 양이요, 안은 음이라는 개념으로 본다.

우선 외형적인 구분으로는 상체가 음이고 하체는 양이다.

그러나 인체의 내부는 다시 반대가 된다.

그래서 양기운의 상징인 심장은 상체에 위치하고 음기운의 상징인 신장은 하체에 위치한다.

동시에 외형상으로는 좌측은 음, 우측은 양이 되지만 내부는 다시 반대가 되어 음의 안쪽에는 양이 있다.

예를 들면 상체의 좌측 (왼쪽가슴) 은 음중음 (陰中陰) 이지만 그속에는 양중양 (陽中陽) 인 심장이 있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은 한의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나라 한의원 최병학원장은 "황제내경에는 '좌측에 화기 (火氣)가 심하면 오른쪽에 병이 오고, 우측에 심하면 왼쪽으로 온다 (무자론)' '여자는 주로 혈병 (血病) 이 원인으로 우측에 병이 오면 피가 거꾸로 흘러 생기는 역병 (逆病) 이요, 좌측에 오면 순병 (順病) 이고 기병 (氣病) 이 많은 남자는 좌측에 병이 오면 역병이요 우측이면 순병 (옥판론요)' 으로 되어있다" 고 설명한다.

한의학에서는 대부분이 급성질환인 역병의 경우 오히려 치료가 쉽다고 보는데 실제로 중풍마비를 치료하는 한의사들의 경험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좌측마비 (여자는 우측) 의 치유율이 더 높다고 한다.

김인곤 편집위원.홍혜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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