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학술대회등에 비친 '한국인의 성'…여성들 대담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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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성의 주도권은 더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한국인의 성생활및 성태도' 에 대한 각종 조사내용들은 일반 여성들이 성생활에 대해서도 '자기 목소리' 를 내기 시작했음을 일러주고 있다.

재가하는 것 조차 음행으로 치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재혼한 여성의 자손을 벼슬과 과거시험에서 제외시켰던 이조시대 재가녀자손금동법 (再嫁女子孫禁銅法) 은 과거 억압된 여성의 성적 지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해방후 불과 50여년. 이 짧은 기간동안 수면밑에 잠자고 있던 성의식의 변화는 실로 엄청난 속도로 기성화된 성모럴를 무너뜨리고 있다.

최근 열린 대한비뇨기과학회 학술대회에서 포천중문의대 김영찬교수 (비뇨기과) 와 동아대의대 권헌영교수 (〃)가 발표한 '정상여성의 성태도 조사' 를 한번 보자. 여성이 배우자에게 성행위를 요구하는 빈도가 52례중 32례로 61.5%, 잠자리에서 체위를 바꾸는등 적극적인 성태도를 보이는 여성은 67례중 35례 (52.2%) 였다.

이는 이윤수비뇨기과의원 및 이무연비뇨기과 남성의학연구소가 최근 20~60대의 남성 2천1백34명과 3백명을 각각 조사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배우자의 23.6%가 성적 관심도를 보였고, 성적능력에 불만이 있을 때 이를 표현하는 여성은 31.5%, 남성의 성기능장애를 치료받도록 원하는 여성도 12%에 이르렀다.

이같이 여성의 성태도가 급변하는 것에 대해 설현욱정신과 원장은 "60년대 피임약 개발과 여성해방운동이 촉매제가 된 미국 여성의 성개방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고 말한다.

서구문화의 급속한 유입과 여성의 사회참여, 경제적인 성장등이 관계가 있다는 것. 여성의 성표현이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반면 남자들은 갈수록 잠자리에서 주눅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현상. 조사에서 자신의 성기에 대해 22.7%가 작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정력이 약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11.5%, 파트너에 열등감을 갖는 사람도 22.3%나 됐다.

특히 30대 이후부터는 성적인 욕구감소와 성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이 급증, 발기부전 (13.7%).조루 (20.6%).쾌감장애 (7.4%) 등을 호소한 사람이 많았다.

섹스시간에서도 30.5%가 불만족을 표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성들은 성에 대한 무지와 여성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다.

64.9%가 상대여성을 만족시키려고 신경을 쓰긴 했지만, 전희시간은 24.5%가 5분이내, 10~20분이 가장 많은 28.8%였다.

이는 20분을 충분한 전희시간으로 보는 외국의 기준에서 크게 미달된다.

성행위빈도는 주 1~2회가 가장 많은 57.1%, 전혀 하지 않거나 월1회 미만도 15.5%나 됐다.

문제는 남자들의 바람끼가 세대가 변해도 여전히 줄지 않는다는 것. 배우자가 보통이상으로 성적매력이 있다 (88.3%) 고 생각하고 있지만 부인외 섹스충동을 느끼는 남성은 81.6%에 이르렀고, 실제 경험자도 73.3%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여성이 주부인 경우가 50세이상은 21%, 40대 10%, 30대 2.7%로 나타나 여성의 성개방과 함께 흔들리는 우리가정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재미있는 것은 부인외 여성과의 섹스만족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는 것. 부인과 별차이가 없다는 남성이 53.8%, 못한 경우도 15%나 됐다.

김영찬교수는 "현재 우리사회는 서구문화 유입에 따른 성개방과 남성우위의 성문화가 충돌함으로써 나타나는 비틀린 성모럴이 팽배해 있다" 며 "여성의 '존재 이유' 를 순결과 모성애에서만 찾던 한국남성은 앞으로 여성의 성을 이해하고 함께 나누려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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