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경질의 배경…금융개혁 좌절되자 교체 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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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19일 경제팀을 또 바꿨다.

경제부총리가 일곱번째, 청와대경제수석이 여섯번째다.

바로 '잦은 교체' 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金대통령은 강경식 - 김인호팀을 바꾸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경질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표를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 당국자는 "金대통령의 인사결심 시점은 18일 오후" 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金대통령은 열흘전부터 이 문제를 고심해 왔다고 한다.

이미 지난 주부터 인사참모인 문종수 (文鐘洙) 민정수석은 '姜부총리가 물러나야 한다' 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음을 金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무렵 姜부총리도 그만 두겠다고 했으며, 김용태 (金瑢泰) 청와대비서실장이 이를 말렸다.

그러나 금융개혁법의 국회통과가 좌절될 기미를 보이고, 외환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金대통령은 교체문제에 매달렸다고 한다.

17일 낮 "후임자를 골라보라" 는 金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왔다.

文수석은 금융을 잘아는 재무부 출신을 찾았고, 6공때 재무장관을 지낸 L.C씨도 인선대상에 넣었다고 한다.

남은 임기 3개월간 공백없이 일하려면 현직 장관이 낫다는 판단으로 재무부 이재국장.국제통화기금 (IMF) 이사를 지낸 임창열통산장관을 앞 순위로 해 복수 인사안을 올렸다고 한다.

다만 林장관이 젊어서 '약체' 라는 인상을 주는게 부담이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金대통령은 18일 오전 林장관을 긴급히 불러 외환 대책을 물었다.

金대통령이 직접 '면접 심사' 를 한 셈이라고 이 관계자가 말했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林장관에게 부총리 언질을 딱부러지게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이런 분위기를 알아채고 金수석도 사의를 표시했다.

'이심 전심' 으로 분위기를 파악한 김용태실장은 金수석을 위한 저녁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자리에 참석한 다른 수석들은 교체 얘기를 듣지 못했다.

姜부총리는 이날 밤 각 언론사에 사의가 없다는 팩스를 넣었지만 19일 새벽 신임 인사통보가 있었고, 오전8시 金대통령은 姜부총리와 金수석에게 "수고했다" 고 말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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