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정기국회 안팎…본회의 상투적 정치공방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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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 정부 마지막 정기국회가 18일 끝났다.

원래는 12월18일이 법정 폐회일이나 대선을 이유로 각 당은 이날부터 휴회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때문에 사실상 이날이 폐회일인 셈이다.

본회의 5분발언 신청의원이 4명이나 되는등 한때 열기를 보이는듯 했던 폐회일 국회는 법안 처리에 들어가자 다시 맥없는 모습이었다.

…3당 원내총무는 이날 오후 금융개혁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추곡수매가등 정기국회 쟁점사항의 처리문제를 놓고 마지막 담판을 벌였다.

그러나 담판은 30분만에 별다른 성과없이 종료됐고 신한국당 목요상 (睦堯相) 총무는 "금융개혁법안 처리와 추곡수매가 결정을 내년 1월 임시국회로 연기하고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법사위에 일임한다" 고 발표했다.

총무회담전 睦총무는 기자들이 "금융개혁법안 처리를 위해 회기를 연장할 생각이 없느냐" 고 묻자 "회기연장은 생각해 본 일도 없다" 고 일축. 그는 "어차피 대선이 끝난뒤 1월에 다시 논의하는게 낫다" 고 덧붙였다.

뒤이어 열린 법사위는 형사소송법 처리를 놓고 정회하는등 진통을 거듭하다가 막판에 통과시켰다.

…이날 오전 금융개혁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재경위는 허무하게 종료됐다.

낮12시쯤 시작된 회의가 금융감독기구 통합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40분에 산회되자 회의장을 가득 메운 재경원 직원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대신 재경위는 전날 처리에 합의한 예금자보호법과 보험업법.증권거래법.신용관리기금법등 금융개혁과 무관한 4개법안은 단 6분만에 의결했다.

이상득 (李相得) 위원장은 "금융개혁법안 처리를 놓고 회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못하고 지난 14일부터 공전돼 유감" 이라며 "추후라도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고 한 뒤 산회를 선포했다.

국민회의측은 금융개혁법안의 처리 무산에 대해 재경원측을 집중 성토했다.

김원길 (金元吉) 의원은 "금융감독기구 통합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법안에는 찬성한다고 했으나 정부가 일괄통과만을 고집했다" 며 "그러면서도 책임을 정치권에 떠넘기고 있다" 고 비난. 그는 "요즘엔 공무원들이 정치를 더 잘한다" 고 꼬집기도 했다.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자 상투적인 정치공방이 벌어졌다.

이성재 (李聖宰.국민회의)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얼마전 신한국당 어느 의원이 '김대중후보는 종친회에서 절도 하지 못했다' 고 말했는데 교통사고로 고관절을 다치면 젊은 사람도 절을 하지 못한다" 며 "미국민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장애인임을 들어 시비를 건 적이 없다" 고 지적. 이어 정세균 (丁世均.국민회의) 의원은 "이회창 신한국당후보가 입수한 김대중후보의 비자금 관련자료는 국가권력 기관의 조직적 개입이 없었으면 전혀 불가능한 일" 이라며 "그는 더이상 대쪽도 아니고 법대로도 아니며 필요하다면 음해정치도 불사하는 인물임이 입증됐다" 고 맹공. 丁의원은 "李후보의 폭로로 개인의 금융비밀이 더이상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확산돼 오늘의 금융위기를 낳게 됐다" 고 강조. 이에 대해 신한국당 비주류인 이재오 (李在五) 의원은 "대선이 한달밖에 남지 않은 만큼 남의 약점을 건드려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지 말고 국민을 상대로 정책을 제시하는 정도를 걷자" 며 국민회의의 자제를 촉구.

전영기.이상일.박승희.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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