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영일기]이상운 고합그룹 부회장…오케스트라식 기업구조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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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나는 일주일에 1~2회 정도 그룹내 계열사 사장들과 티타임을 갖는다.

젊은 사장들일수록 박력에 넘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록 티타임이지만 토론을 통해서 나도 사장들에게 테스트 받고 반대로 내가 사장을 테스트하게 된다.

이런 시간을 통해 중요한 이야기가 오고간다.

지난주엔 21세기에 지도자 (경영자) 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촛점이 맞춰졌다.

나는 이런 책이 곧 국문으로 번역될 것이고 이 번역서는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는 한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했다.

신산업사회에 있어 지도자란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가 (New Industrialized Leadership) 이란 책인데 곧 국문으로 번역돼 나올 것이다.

요약하면 신산업사회란 21세기의 산업사회를 뜻하는 것이고 21세기 신산업사회에서 정보에 뒤져서는 신경영자도, 지도자도, 나아가 생존조차도 할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더우기 중요한 것은 신산업사회에 있어 경영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면서 작곡가이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휘자 한 사람의 지휘와 작곡에 따라 모든 오케스트라 단원은 자기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악기의 전문가이어야 하고 이 전문 악기의 소리가 한곡조에 한 지휘자에 따라 하모니가 잘 조화돼야 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따라 나는 경영진들에 첫째 베스트셀러를 읽어라. 둘째 젊은이와 자주 대화를 가져라. 셋째 직업이 다른 사람과 사귀어라고 권한다.

베스트셀러를 읽으라는 것은 최첨단 정보에 민첩해야 한다는 것이고 젊은이와 대화를 가지라는 것도 새로운 정보의 교환이며 직업이 다른 사람과 교분을 잘 맺어야 한다는 것도 곧 폭넓은 정보에 민감하란 뜻이다.

21세기에 기업경영구조나 조직도 오케스트라식으로 구조조정이 되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본인이 작곡까지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중간계층이나 도장만 찍고 어물쩡거리는 인력이 존재할 수 없게 된다.

PC를 통해 기안과 결재가 이뤄지되 기안과 최종결정자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기안자는 업무의 최일선 담당자로서 자기분야에서 최고의 전문 악기를 다루는 전문가가 아니면 좋은 음악작품을 만들수 없듯이 자기전문 분야에서 톱 (정상) 이 아니면 세계협력 경영도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신산업사회에 있어서 경영자는 정보인이어야하고 동시에 지휘자이어야 한다고 그 책은 강조하고 있다.

내가 이책의 요지를 설명하고 났더니 어느 사장이 무릎을 치면서 "고합 (高合) 이란 의미가 High Harmony 아닙니까" 라고 말했다.

높은 차원에서 서로 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 이것이 21세기에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아니겠는가.

우리그룹은 89년부터 울산 1.2단지의 생산시설에대한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해 지난해 매듭지었다.

또 세계 최고의 종합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하여 자기테이프 분야에서는 세계정상인 독일 바스프 마그네틱스 (EMTEC社) 를 고합이 인수, 첫해에 2천만 달러이상 흑자를 올렸다.

그야말로 세계경영의 모델를 한번 만든 것이다.

이젠 오케스트라식으로 구조조정하는 일이 남아 있는 셈이라는데 지난주 티타임의 결론이었다.

이상운 <고합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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