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싱가포르 교민 달러 송금 운동…“매달 1백불씩 보냅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한달에 1백달러씩 모국으로 보냅시다.

" 외화빈혈에 걸린 국내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싱가포르 교민들이 긴급 달러수혈 (輸血)에 나섰다.

싱가포르한인회 (회장 정영수) 는 한달에 미화 1백달러이상을 모국에 보내는 송금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지난 12일 현지교민 1천7백가구에 일일이 편지를 띄웠다.

이 편지에서 한인회는 "해외에서 모은 돈을 국내로 송금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큰 몫을 하게 될 것" 이라고 호소했다.

한인회는 또 ▶한국으로부터 물건을 수입하는 교민기업은 신용장을 빨리 개설하고▶모국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낼 경우 송금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며▶국내 금융기관에 하나 이상의 예금계좌를 만들어 저축하자는 캠페인도 아울러 벌이기로 했다. 캠페인이 이뤄진 것은 지난주부터 현지언론이 한국이 금방이라도 망할듯 보도하면서 교민들을 자극한데 따른 것. 또 한국경제가 흔들린다고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도 교민들의 단결의식을 강화시켰다고 한다.

예컨대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이 한국을 업신여기는 듯한 말을 자주 하거나, 일본계 은행들이 우리 은행지점장이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는등 고충들이 전해질 때마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 는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번주초 한인회 회장단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송금운동 아이디어가 전격 채택됐다.

한인회측은 "회장단회의에서 국내 환율폭등 문제가 화제로 올랐는데 이때 개인송금으로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고 밝혔다.

해외에서 송금된 달러는 국내 은행에서 자동으로 환전돼 송금받을 사람의 계좌에 원화로 입금된다.

이때 보내진 달러는 은행이 갖게 되므로 금융기관의 외화자금사정에 보탬이 된다.

싱가포르 한인회는 달러 송금운동을 98년 캠페인으로 정해 1년간 계속할 예정이다.

따라서 한 가구가 한달에 1백달러씩 송금하면 매달 17만달러씩 연간 2백4만달러의 외화가 국내로 유입되는 효과를 거두는 셈. 한인회 호소에 교민들은 "내 돈을 내 집에 보내는 것이 국내 외환사정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하겠다" 며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싱가포르 한국은행 사무소 윤용진 (尹龍鎭) 씨는 "싱가포르 교민.주재원만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겠지만 해외교민 전체 (5백20만명) 로 확산된다면 기대이상의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