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도 정치자금 파문…노동당,자동차경주회사서 17억여원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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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집권 반년을 맞으며 전례없는 인기를 누리던 토니 블레어 총리의 영국 노동당이 갑자기 터져나온 정치자금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치활동 비리를 감시하는 영국 공공활동 기준위원회는 지난 10일 노동당에 대해 자동차 경주회사 F1으로부터 기탁받은 정치자금 1백만파운드 (약17억원) 를 반환하라고 지시했다.

노동당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즉각 승복할 뜻을 밝혔지만 정치자금 비리 추방을 외쳐온 당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음은 물론 앞으로 이를 둘러싼 정치적 소동이 예상된다.

이번 정치자금 파문은 F1의 버니 에클스톤회장이 지난 1월 노동당에 1백만파운드를 헌금한 뒤 스포츠카를 이용한 담배광고를 예외적으로 약속받았다는 폭로에 따른 것이다.

에클스톤 회장은 노동당 집권후에도 또 한차례 헌금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에클스톤회장이 거액의 정치헌금을 한 것은 노동당의 집권 가능성을 내다본 것도 있지만 노동당이 공약으로 내건 스포츠경기에 담배광고 금지를 막자는 의도가 더 컸다는 지적이다.

노동당은 집권후 공약대로 담배회사의 스포츠경기 후원을 금지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자동차경주는 예외로 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에대해 영국 언론은 F1의 로비활동 결과라고 폭로하기에 이른 것이다.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사건이 '새로운 노동당' 을 표방하는 노동당이 노조에 대한 경제적 의존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작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노동당에 정권을 내준 후 계속 열세에 몰렸던 보수당은 결정적 호재를 만나 연일 노동당을 공격하고 있다.

[런던 = 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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