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생 취업 '2중고'…대학은 추천기피 기업선 서류감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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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편입생이라 추천이 안된답니다. 취업까지 서자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

서울 H대 편입생 金모 (23.여.일문4) 씨는 11일 오후 한 무역회사 취업 추천을 받기 위해 학교 취업정보실을 찾았다가 "정규 입학생만 추천해달라는 기업측의 요청이 있었다" 며 거절하는 담당자와 입씨름했다.

金씨는 "편입생은 제대로 된 졸업생이 아니란 말이냐" 며 추천서를 작성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어차피 입사원서에 편입생 여부를 기재하도록 돼있어 합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는 담당자의 주장에 발길을 돌렸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서울 Y대에 편입한 李모 (27.무역4) 씨는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지난 6월 컴퓨터 통신판매업을 시작했다.

李씨는 "편입생은 재학중 성적이 우수해도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등 모든 면에서 교내에서 따돌린다" 며 "2학기초 졸업생에 대한 취업원서 분배 순위를 정하는 추첨에 편입생을 배제하는등 정규 입학생의 텃세가 심해 학교안에서조차 제대로 경쟁할 기회가 없었다" 고 하소연했다.

96년 교육부의 학사편입학 확대 조치 (군입대자등 휴학 결원자를 편입학을 통해 충원할 수 있도록 자격 완화)에 따라 4년제 대학에 편입,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2만여명이 취업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정규 입학생들이 취업원서 분배등에서 이들을 따돌리는가 하면 각 기업도 암암리에 추천에서 편입생 배제를 학교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취업정보실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편입생 배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설사 추천하더라도 서류전형에서 20~30% 감점하기 때문에 취업사례가 거의 없다" 고 말했다.

또다른 H대 경제학과 4학년 취업대표 (취업원서를 배분하고 졸업생간 순위를 정하는 역할 담당) 李모 (26) 씨는 "2학기초 한 기업에 편입생의 원서를 보냈더니 '이런 식으로 하면 앞으로 추천원서를 보내지 않겠다' 고 했다" 며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데 편입생까지 배려할 입장이 아니다" 고 털어놓았다.

내년 2월 졸업생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 가운데 삼성.SK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취업원서에 편입생 여부 기재를 별도로 요구하고 있다.

최근 학생들의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중소기업조차 올해부터 입사원서에 편입생 여부 기재란을 추가했다.

이와 관련, 한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복수전공자도 달갑지 않은데 같은 조건이라면 편입생보다 정규 입학생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고 말했다.

경희대 취업정보실 이정규 (李定奎.43) 과장은 "편입학 확대조치로 수도권 각 대학 정원의 30~40%가 편입생" 이라며 "기업들의 근시안적인 인사정책으로 편입생이 따돌림 당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엄청난 낭비" 라고 지적했다.

나현철.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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