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세 진정되나…급매물 절반가량 이미 빠져나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팔자' 공세가 3개월 가까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매도열기가 한풀 꺾일때도 되지 않았느냐" 는 기대어린 관측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그 논거는 크게 두가지로 대별된다.

빠질만한 돈은 이미 상당부분 빠져나갔다는게 그 하나. 환율급등등 외국인들을 불안케 한 요인들이 더 이상 악화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나머지 하나다.

증권업계에선 지난 8월말 현재 외국인 국내주식 보유금액의 20~30%가량인 2조5천억~3조원이 단기간 한국을 빠져나가기로 작정한 급매물로 보고 있다.

▶3조원 가량의직접투자 지분을 일단 빼고▶한국전력.포항제철등 국내 핵심우량주에 대한 전략적 보유지분▶최근 주가폭락에도 불구하고 한국증시를 길게 보겠다는 장기보유성향분등을 추산해 빼면 이러한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월말 외국인매도러시가 일기 시작한 이후 두달반동안 한국증시를 등진 해외자금 1조6천억원은 이미 떠나기로 예정된 부분의 절반을 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대증권 이태석 국제영업부장은 "하루 5백억~1천억원의 뭉칫돈이 증시를 빠져나가는 광경은 아마도 연내 보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 조심스레 낙관론을 폈다.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억눌러왔던 환율불안에 대해서도 낙관무드가 조금씩 일고 있다.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원을 돌파하자 "환율문제도 이제 막바지 아니냐" 는 반응과 함께 악재로서의 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환율이 사상 처음 1천원을 넘어서는 '사건' 이 있었는데도 종합주가지수는 사상 두번째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점을 증시분석가들은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대우증권 강창희상무는 "92, 95년 두차례 개인매수세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주가가 바닥을 친 경험이 있어 외국인들도, 최근 적극매수에 나서는 개미군단의 동향을 주시하며 무작정 팔자는 태도를 자제하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