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아이 맞는 아이 그대로 두면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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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예부터 '아이는 싸우면서 큰다' 며 부모가 공연히 애들 싸움에 끼어들거나 걱정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로 취급돼 왔다.

하지만 밖에 나가기만 하면 제 또래들을 때려 말썽을 일으키거나 반대로 늘 맞고만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혹시 이러다 난폭한 아이로 자라지는 않을까' '자꾸 맞다보면 위축되고 소심한 성격으로 굳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자녀교육전문가들은 때리는 아이나 맞는 아이 모두 ▶문제해결능력 미숙▶공격적인 주변환경▶자긍심 부족등 공통된 원인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같은 맥락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은화교수는 "합리적인 문제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폭력을 사용하거나 당하게 된다" 며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해결하는 지혜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부모가 평소 인간관계에 대한 대화를 자녀와 나누고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부모가 싸우면서 소리를 높이고 폭력을 사용하는 공격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는 본인의 기질에 따라 성격이 양극단으로 치우치게 돼 무조건 폭력을 쓰거나 힘센 사람앞에서 비굴해지는 소심한 사람이 되기 쉽다는 것. 자긍심 부족도 공통원인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가 자신이 주변에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경우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주변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욕구가 생기는 것. 또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남에게 맞아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용기를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부모와의 대화를 늘이고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그때그때 부모의 지혜로운 대처도 무시할수 없다.

부모가 서투르게 반응하면 아이가 더욱 폭력적이 되거나 소심해질 수 있기 때문. 때리고 오는 아이의 부모가 "우리아이는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아요" 라는 식으로 주변사람에게 이야기 한다면 아이는 은연중에 폭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자랑스러움' 을 갖게 될수 있다.

반면 맞고 들어온 아이에게 "바보같이 맞고 들어왔냐" 라든지 "너한테 문제가 있으니까 맞지" 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또 늘 맞는 아이의 경우 그 때문에 유치원이나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을 수 있으므로 일단 그 상황을 완화시키도록 부모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

서울시청소년종합상담실 이규미 상담부장은 "보통 맞고 다니는 아이중에는 친구가 없는 외토리가 많으므로 또래들을 집으로 데려오게 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등 부모가 친구 사귀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고 조언했다.

또 때리는 아이중 학용품을 일부러 망가뜨리거나 애완동물을 괴롭히는등 일상생활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계속할 경우는 과행동증이나 불안증등 정신장애가 원인일수도 있으므로 소아정신과를 찾아가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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