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로봇 공룡 ‘점박이’ 가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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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TV 속 공룡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왔다. 27일부터 경남 고성에서 열리고 있는 ‘공룡 세계 엑스포’에는 국내 최초로 제작된 ‘로봇 공룡’이 라이브쇼의 주인공으로 출연중이다. 지난해 11월 EBS에서 방송돼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의 ‘점박이’가 그 주인공이다.

점박이는 원래 컴퓨터 그래픽(CG)으로만 존재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제작사인 ‘올리브 스튜디오’의 민병천(사진) 총감독이 점박이를 ‘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기계적 뼈대나 전자 회로로 실물과 흡사한 캐릭터를 원격 조정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 로봇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난해 말부터 로봇 제작에 돌입한 올리브 스튜디오 측은 3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국내 최초의 전신형 애니매트로닉스 로봇을 탄생시켰다. 높이 2m, 길이 4m의 실제 크기 그대로다. 얼굴에 한반도 모양의 점이 있어 ‘점박이’란 이름이 붙었다.

◆세계에서 두번째 로봇 공룡 ‘점박이’=점박이는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만든 ‘로봇 공룡’이다. 영국 BBC는 2007년 시작한 ‘워킹 위드 다이노서’에 15 마리의 로봇 공룡을 등장시킨 적이 있다.

민 감독은 “점박이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토종 로봇”이라며 “근육의 미세한 동작까지 구현한 기술 면에선 BBC를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점박이는 BBC가 만든 공룡(약 12억원)의 4분의 1에 불과한 3억원의 제작비로 섬세한 표정 연기까지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초경량 합금을 이용해 몸무게를 38㎏까지 줄인 것도 강점이다.

◆공룡 로봇으로 영화·라이브쇼·뮤지컬 제작=점박이의 데뷔작은 현재 고성 공룡 엑스포에서 진행중인 ‘한반도의 공룡’ 라이브쇼다. 이 쇼에선 8000만년 전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들이 15분짜리 3D 입체 영상으로 보여진다. 점박이는 영상이 끝날 무렵 실제 무대 위로 깜짝 등장해 ‘관객과의 대화’ 등의 쇼를 이어간다.

민 감독은 “앞으로 3년간 12마리의 공룡 로봇을 더 제작할 예정”이라며 “길이 8m, 15m의 공룡은 물론 23m가 넘는 ‘부경고사우르스’도 로봇 배우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작비 50억원 규모의 다큐멘터리 영화 ‘한반도의 공룡-점박이’도 준비 중이다. 민 감독은 “공룡 로봇을 활용한 영화, 라이브쇼는 물론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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