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가지 '네가' 창간하는 동갑 3총사…“의기투합 잡지 만들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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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29살 동갑내기 세 남녀,이지훈·조성규·이지혜. 남자 둘은 고등학교·대학교 동창,여자는 남녀 연합동문회에서 이들을 만났다. ‘사랑보다 먼,우정보다는 가까운’ 묘한 만남을 이어온 지 어언 10년째. 드디어 이들이 사고를 쳤다. 이상한 쪽으로 상상하지 마시길. 지극히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사고니까.

노는 거,보는 거,특히 영화를 좋아했다. 여러 분야에 잡다하게 관심이 많은 것도 공통점이었다. ‘서른 잔치’를 시작하기 전에 뭔가를 하기로 의기투합한 이들은 오는 12월 6일 영화 전문 무가지(無價誌)‘네가(NEGA)’를 창간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은 서울 방배동 사무실(02-593-1682∼3)에서 함께 뒹굴 수밖에.

‘네가’에는 세가지 뜻이 있다. ‘네거티브(negative)’-모든 일에 관습적으로 순응하지 않는 자세,‘네거 필름’-카메라에 찍힌 영상이 네거필름에 떠올랐을 때 다가오는 설렘,그리고 우리말 ‘네가’-상대방을 주체로 두어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관계망의 형성. 이 세가지 의미를 ‘네가’라는 한 단어에 근사하게 담았다.

무모한 젊음 하나로 일을 벌인 건 아니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편집장 이지훈씨는 2년여의 영화잡지 기자경력이 있으니 제도권에서 비제도권으로 뛰어든 셈. 기자 이지혜씨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시네마떼끄‘문화학교 서울’연구회원으로 있으면서 시나리오도 쓰고 단편영화도 만든 현장파. 광고부 실장 조성규씨는 연세대 신방과 대학원에서 ‘매체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영상물 배급 방식·경로등을 연구한 이론가 겸 재테크 전문가. 세사람의 조화 또한 근사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무가지를 택했을까. “시장 조사를 해 보니 인쇄매체가 사양산업인양 왜곡되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사실 시청료를 받지 않는 TV채널이나 광고료가 주수입인 상당수 신문들도 어떻게 보면 무가 개념 아닌가요.” 실제 정가가 매겨져 있는 잡지도 엇비슷하다. 그래서 진짜 경쟁력은 무가에서 형성되는지도 모른다. ‘스트리트 페이퍼’ 역시 그 틈새를 딛고 서 있다.

새 잡지의 컨셉트는 ‘이야기·상상·즐거움’을 담은 ‘쌍방성’이다. “판매의 제약을 받지 않으니 글과 디자인에 파격을 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물론 편집방향도 기존의 영화잡지와 차별화할 겁니다.” 그래서 우선은 기존 영화비평에서 등장하는 ‘단일한 주제 찾기’를 거부한다. 대신 영화의 부분별 테마,영화 속에 가리워져 있는 이야기,묻혀있는 명작 등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숨은 보물 찾기’라고 말하면 될까 모르겠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듯 쉬운 글을 쓸거다.

'네가' 의 모든 지면을 독자에게 여는 것도 그 일환이다.

독자와 편집자의 끊임없는 대화, 그래서 '쌍방성' 인 셈이다.

"무릇 문화현상이란 하나로만 해석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비평가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같은 행간의 다른 의미를 읽는 즐거움을 빼앗는 작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무엇을 찾을까는 독자의 몫이니 우리가 강요할 수 없는 일입니다.

" 이들의 소박한 바람 - "자장면 그릇 깔개가 아니라 손 잘 닿는 곳에 꽂혀, 늘 펼쳐지는 '네가' 를 만들어야지요. 우송료 1만5천원만 받고 정기구독자를 확보하려 하는 것도 그 시도의 하나입니다.

" 그렇게만 되면 우린 '네가' 를 영화잡지의 작은 혁명아로 기록해도 좋으리.

글=김현정·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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