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 스트리트저널]중국 은행들 2천억불 부실채권에 시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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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시아 국가들의 자산가격 거품이 빠지는 소동을 보면서 중국 상하이의 푸둥지구를 떠올리게 된다.

건설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푸둥지구는 유리로 치장한 빌딩군들의 화려한 외벽과 달리 수십개 빌딩들이 비워진 상태로 남아 있다.

푸둥지구 빌딩사무실 가운데 70%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과잉투자는 동아시아를 휩쓴 금융위기를 일으켰으나 중국은 교훈을 아직 얻지 못한 것 같다.

홍콩에 본사를 둔 모건 스탠리 딘 위터사의 피터 척하우스 상무는 최근 중국의 고위관리와 만난 다음 "중국 정부는 위기감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며 "부동산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해도 빈 건물의 입주가 끝나려면 몇 년이 걸릴 것" 이라고 말했다.

중국사회 저변에 흐르는 분위기는 자기만족이다.

중국 관리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처럼 자기네 경제 역시 똑같이 안고 있는 부실 채권이나 자산가격의 과대평가, 과잉설비 등과 같은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중국의 부실채권은 전체 은행 납입자본금의 5배에 이르는 무려 2천억달러로 추산된다.

국가 소유의 중국 은행들은 수치상 파산상태나 마찬가지다.

또 국유기업중 50%이상이 이익을 못내 어떤 국가보다 더 많은 부실기업을 떠안고 있다.

베이징 정부는 올해 36억달러의 부실채권을 상각 처리했고 다이상룽 중국인민은행장은 앞으로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중소형 금융기관들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관료들은 도쿄를 오가며 일본의 부실채권 정리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시장에 간섭하면서 막상 현실적으로 필요한 조치들을 외면하는 사례들은 적지않다.

예컨대 중국 화폐인 위안화는 무역.관광과 일부 은행거래에 대해서만 거래가 허용돼 국외 유출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강력한 외환통제 덕택에 위안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 관리들은 승리감을 맛보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증시 침체를 목격한 중국은 국유기업 민영화를 늦추고 주식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한 증권거래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부실 국유기업을 매입한 기업들에게 증시 상장때 우선권을 줘 상하이.선전 증시의 주식 발행은 격증하고 있다.

기업공개시 신주는 시장가격의 60%밑으로 할인돼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또 동남아 금융위기로 인해 오는 2000년까지 예정됐던 위안화 거래 자유화 계획도 외환시장의 동요를 우려하는 당국에 의해 당초 예정보다 연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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