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울 온 前 미국 국무부 북한핵대사 로버트 갈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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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북한 붕괴 후 북한 난민이 한국에 몰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선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의 대북 경제협력을 서둘러야 한다. "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한 핵대사 (현재 미 조지타운대 국제관계대학원장) 는 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경련 월례조찬회에서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한국기업의 역할' 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쌍용투자증권 초청으로 서울에 온 갈루치는 "한국 재계가 북한에 사업기회를 만들어 투자를 해나가면 통일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갈루치는 "한반도 통일은 북한의 경제적 붕괴가 정치적 붕괴로 이어지며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고 전망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 난민의 한국 유입과 폭력사태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통일에 앞서서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며 "한국 경제계의 경협은 북한의 점진적인 정치경제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북 체제가 무너졌을때 난민의 유입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갈루치는 "지난 94년 제네바 북.미 핵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이 계속됐다면 북한은 현재 30개의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을 것" 이라며 "이는 북한이 개발중인 대륙간 장거리 미사일과 함께 우방국에 큰 위협이 됐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최근 잠수함 사건에 대해 사과한데 이어 대북 경수로사업에 협조하는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며 "경협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한반도 통일을 낙관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 94년 북.미 핵협상 타결과 보스니아 평화협정 이행조정의 주역을 맡았던 갈루치는 지난해 3월 조지타운대 대학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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