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갈린 김종필·박태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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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앞으로 일해 가는데 마음에 안들면 나가.

아니면 내가 나가고 말겠어. " 5일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총재의 분노어린 고함이 터져나왔다.

사사건건 다리를 걸던 한영수 (韓英洙) 부총재.이원범 (李元範) 의원이 당무회의에서 "총재직 이양 결정을 왜 혼자 했느냐" "후보를 안낸 당 (자민련) 의 지구당위원장에게 선거자금은 나오는거냐" 는등 불만을 토로한데 따른 것이었다.

비공개로 진행하던 회의장 바깥으로 '쾅'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金총재가 탁자를 치는 소리였다.

"대전에서조차 1.2%네 하는 여론조사가 나올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나.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 '야권후보' 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노기가 폭발한 것이었다.

"당신들 국회의원 될때 자기가 잘나서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사람도 일조했다고 생각해요" 라고 내뱉은 金총재는 숨막히는 정적을 남겨둔채 자리를 떴다.

하루아침에 대통령후보까지 포기하고 '박태준 (朴泰俊) 총재 체제' 로 넘어가는 자민련의 허탈하고 뒤숭숭한 모습이 드라마처럼 펼쳐진 날이었다.

金총재가 명예총재로 남는 것으로는 최소한의 해결책도 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나 아직 평당원인 박태준의원의 이날 행보는 경쾌하고 과감했다.

최재욱 (崔在旭) 전의원을 대동하고 안양교도소로 향했다.

수감중인 전두환 (全斗煥) 전대통령을 면회한 것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후보를 밀기로 했으며 자민련 총재로서 선거운동에 진력하겠다는 '신고' 를 했다고 한다.

全씨는 "신문 보고 잘 알고 있다.

잘해 보십시오" 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朴예비총재' 는 이어 박봉식 (朴奉植) 전서울대총장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의 입당 약속을 받아냈다.

6일 김대중.김종필총재와 3자 오찬회동을 한뒤 7일엔 서울교도소에 수감중인 노태우 (盧泰愚) 전대통령을 찾을 예정이다.

자민련 입당뒤 첫 행보를 5, 6공의 우두머리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 셈이다.

그의 지론대로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의 '진정한 화해' 를 위해 구여권의 중심부터 파고들겠다는 구상인 듯하다.

지역구와 영남지역을 순회하며 'DJP연합군의 전도사' 역을 하겠다는 것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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