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중학교 학생들 암·백혈병 두 학우 돕기 '한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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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3일 오후 영동세브란스병원 620호.

갑자기 방문한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을 맞이한 이재원 (李載元.15.역삼중3) 군은 독한 항암제로 빠져버린 머리카락을 감추기 위해 황급히 모자를 눌러 썼다.

"친구들이 찾아와준 것만도 고마운데 치료비까지 도와주니 정말 고맙습니다.

" 재원군의 아버지 이우열 (李祐烈.46) 씨는 역삼중 (교장 朱德中) 학생과 선생님.학부모들까지 정성을 모은 성금봉투를 받으며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았다.

재원군이 복통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것은 지난 8월. 수차례 검사끝에 '횡문근육종' 이란 희귀한 암으로 판정됐다.

복부 뒤쪽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이미 골수등 조직에 전이된 4기 상태였다.

두번의 대수술 끝에 종양 크기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생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 아들 간호 때문에 건설기계 대여회사에 다니던 재원군의 아버지 李씨는 통증에 시달리는 아들곁을 떠날 수 없어 휴직을 했고 한국통신 교환수였던 어머니도 사표를 냈다.

지금까지 들어간 병원비만도 1천5백여만원. 급우들 사이에 재원군 돕기 모금운동이 시작되면서 같은 학교 1년 조요한 (趙耀翰.13) 군도 초등학교 때부터 백혈병을 앓아왔다는 사연이 함께 알려졌다.

학생들은 학생총회를 열고 학생회 차원에서 '난치병 학우돕기운동' 에 들어갔다.

저금통을 들고온 학생도 있었고, 피가 부족한 재원군에게 수혈을 하기 위해 선생님들은 팔을 걷었다.

학부모회장 신숙희 (申淑熙.49.여) 씨를 중심으로 학부모들도 체육대회가 열린 지난달 24일 학교 운동장에서 장터를 열고 음식을 팔아 1백여만원을 모았다.

이같이 모인 성금은 모두 6백60여만원. 그중 4백여만원은 재원군에게, 2백60만원은 요한군에게 이날 각각 전달된 것. 申씨는 "많지 않은 정성이지만 재원군과 요한군, 그리고 역삼중의 모든 가족에게 희망의 빛이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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