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풀려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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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3일 오후3시20분쯤 감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지 않고 안경도 쓰지 않은 채로 구치소 문을 나선 김현철 (金賢哲) 씨는 수형생활에 지쳐 건강이 나빠진듯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다.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를 탄 金씨는 구치소 정문에서 창문을 내려 기자들의 촬영요청에 담담한 표정으로 응한 뒤 서울종로구구기동 자택으로 향했다.

구치소의 한 관계자는 金씨가 이날 정오쯤 구치소 관계자로부터 보석을 통고받았으며 "보석 소식을 듣는 순간 金씨는 입가에 엷은 미소와 함께 밝은 표정을 지었다" 고 말했다.

이날 서울구치소 주변에는 1백여명의 보도진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였으며 대통령 경호실 직원 3명이 대통령 가족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치소에 미리 도착해 金씨를 경호했다.

*…대통령 부인 손명순 (孫命順) 씨도 이날 오전 현철씨 집으로 가 기다리다 차에서 내린 현철씨를 껴안고 집 문 앞에서 모자가 감격의 포옹을 했다고 경호원들이 전언.

*…3일 오후 현철씨의 자택인 서울종로구구기동 H빌라엔 축하화분과 화환 10여개가 잇따라 도착해 눈길. 이날 오후2시30분부터 몰려든 축하화환에는 대부분 보내는 이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지만 李모씨는 자신의 이름과 함께 '축하합니다' 라는 문구를 적어넣어 눈길을 끌었다.

*…오후4시10분쯤 현철씨가 탄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가 구기동 자택에 도착하자 보도진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한때 몸싸움을 하기도. 현철씨는 다소 피곤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린 뒤 보도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정문 현관을 통해 집으로 들어갔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진료를 계속하던 서울송파구 G클리닉 원장 박경식 (朴慶植) 씨는 3일 오후 현철씨가 풀려났다는 소식에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에 현철씨를 보석으로 석방한 법원의 결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번 보석결정은 김영삼 (金泳三) 정권의 정통성을 의심케하는 파렴치한 행위" 라고 비난했다.

이재국.고수석.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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