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은 가정 불화의 씨앗 가족이 따뜻하게 감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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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불황의 골이 깊어가고 실직자가 양산되면서 이들을 포함한 그가족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는 모임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이화여대 인간환경생활연구소와 가정문화운동추진위원회가 지난 30일 이대 삼성.이화교육문화관에서 '가족에게 용기와 희망을' 이란 주제로 연 '97 가정문화운동 심포지엄' 이 그것. 주제 발표자인 한양대 안병철 (安炳哲.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실업이 이제 불안감의 차원을 넘어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며 실업으로 인한 가정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안교수는 자녀교육이 한창인 중년의 실업자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남성의 인생 전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일거리를 잃음으로써 역할상실과 그 심리적 휴유증이 막대하다고 진단했다.

또 이로인해 위축되고 예민해진 가장과 가족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발생, 순식간에 가정을 불협화음속으로 몰아넣는다고 했다.

인간환경 생활연구소 김미경 (金美經) 소장은 "이럴때일수록 가족구성원의 정서적 유대가 돈독해야한다" 면서 "모든 가족이 가장의 응원자가 돼 어려움속에서도 가족을 통해 삶의 의미와 따뜻함을 느낄수 있어야 된다" 고 조언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가장의 실직에 따른 가정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일단 직급을 낮추고 수입을 줄이더라도 새직장을 구해보도록 적극 권장하며 아내도 창업이나 취업전선에 나서 가장을 돕는다면 수입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심리적 지원군이 된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가정의 행복은 퇴직으로 인한 경제적 결손보다는 가장이 상실감으로 인해 위축될 때 더 위협받기 때문이라는 것.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93년이후 지난해까지의 명퇴자는 2만2천여명. 이중 30%가 넘는 7천여명이 다시 직장을 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재취업의 시도가 무리한게 아님을 보여준다.

실직한 가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들의 응원. "다시 하면 성공할 수 있어요" 라는 말로 용기를 북돋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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