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거센 '三通 바람'…중국과 '通郵·通商·通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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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만에 '삼통 (三通)' 요구 바람이 거세다.

지난 49년이래 50년 가까이 닫혀있는 중국과의 서신.무역.교통왕래의 자유, 즉 삼통 (通郵.通商.通航) 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과거에도 몇차례 이같은 삼통요구가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대만전체에 불이 붙기는 처음이다.

이번 삼통 요구 바람의 진원지는 대만 재계 실력자인 창룽 (長榮) 그룹의 창룽파 (張榮發) 회장. 지난 10월15일 삼통에 반대하는 대만정부 정책을 "유치하기 짝이 없다" 며 포문을 열었다.

삼통이 막힌 탓에 홍콩의 카이탁공항에서 중국행 여객기를 기다리는 대만인들이 거지취급을 받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빤히 보이는 대륙 땅을 두고 멀리 마카오.일본등을 거쳐 짐을 운반해야 하는 대만기업들의 손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는 "도대체 리덩후이 (李登輝) 총통이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고 분노를 터뜨렸다.

전례없이 과격한 언사다.

그가 李총통의 든든한 재정지원자로 활약해온 사실에 비춰볼 때 더욱 의외다.

대만전체가 충격의 도가니에 빠져든 것은 물론이다.

신당 (新黨) 과 집권당인 국민당 (國民黨)에서도 동조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최대 야당 민진당 (民進黨) 은 이 문제로 내분사태까지 발생했다.

쉬신량 (許信良) 주석이 당의 공식적 입장은 아랑곳하지않고 張회장의 삼통 요구를 지지하자 당내 소장파 인사들이 이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만은 중국에 1백61억8천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반면 수입은 28억달러에 그쳐 무역흑자가 1백33억8천만달러에 달했다.

현재 대만무역의 중국의존도는 약 10%다.

87년 대만인들의 중국방문이 허용된 이후 96년 한해에만 중국을 찾은 대만인이 1백50만명을 넘어섰다.

삼통을 '즉각' 실현하자는 대만인들도 전체의 60%를 넘는다.

상황이 이럼에도 대만정부는 아직도 "때가 이르다" 는 주장이다.

대만정부가 걱정하는 것은 삼통으로 인해 기업은 물론 대만내 모든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가 너무 커져 자칫 중국에 고삐를 쥐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일기 시작한 삼통 요구 바람은 쉽사리 사그러들 전망이 아니다.

李총통이 삼통반대와 함께 지난해 중국의 미사일발사 훈련이후 대만기업들의 중국진출을 억제하는 '계급용인 (戒急用忍.인내로 서두름을 막는다)' 정책을 채택한데 따른 대만기업들의 불만이 폭발직전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동남아에 불어닥친 경기불황은 중국진출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대만기업들을 조바심나게 만들고 있다.

대만에서 '경영의 신' 으로 불리는 포모사 그룹 왕융칭 (王永慶) 회장과 통일그룹 가오칭위안 (高淸愿) 회장등 대만의 유수한 업체들도 삼통을 불허하는 李총통에게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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