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엔 '인간세상은 개판'…문학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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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인간은 발이 네개이면서 두개밖에 쓰질 못한다.

네 발로 걸으면 빨리 갈 수 있을텐데 언제나 두 발로만 다닌다.

나머지 두발을 '선물 받은 말린 대구포' 처럼 하릴없이 드리우고 있는 꼴이란. 겉모습에는 또 어찌나 관심이 많은지 머리카락은 저절로 자라는 것인데 별의별 모양새를 만들어서는 서로 견주어 댄다.

또 고양이인 우리는 1년내 같은 옷을 입고 있는데 인간이란 동물은 완전치가 못해서인지 철마다 옷을 갈아 입고도 추우니 더우니 해가며 호들갑을 떤다.

사람들은 워낙 시간이 남아돌아 이런 장난질을 치는 모양이다.

그런데 더 웃기는 노릇은 하릴없어 보이는 인간들이 툭하면 바쁘다며 수선을 떤다는 것. 잘못하다간 '바쁘다 바빠' 에게 잡아먹히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다.

사람들은 곧잘 “고양이 너처럼 늘어지게 낮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라고 하지만 누가 그따위 소소한 일에 얽매여 살라고 부탁한 것도 아닌데 그리 유난스럽게 군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구샤미씨라는 중학교 영어 선생집에 살고 있는 고양이다.

좀더 쉽게 말하자면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사刊) 의 주인공. 비록 고양이지만 혼자 잘난척 하는 주인 어른보다는 지적 능력이 뛰어나 이렇게 인간들을 관찰하고 품평 한다.

고양이 눈에 세상은 미치광이들 천지인 것 같다.

사람들은 서로 아웅다웅 물어뜯고 으르렁대고 욕설을 퍼붓고 빼앗고 하면서 살아가는 모양새를 바로 사회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 점에서는 먼저 먹이를 발견하는 놈에게 우선권이 돌아가는 고양이 세계가 훨씬 질서가 잡혀 있다.

그런데 묘한 노릇은 이런 미치광이도 한데 모이면 똑바른 사람으로 취급받는다는 사실이다.

큰 미치광이가 돈이나 힘을 이용해 작은 미치광이들을 마음대로 부리면 사람들은 그를 훌륭하다고 칭찬해 마지 않는다.

이런 꼴을 보고 있자니 갈수록 고양이가 훨씬 낫다는 생각만 들뿐이다.

바다 건너 서양 고양이들도 나름대로 품위도 지키고 진정한 사랑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조 쿠더트라는 여류 극작가가 쓴 '일곱마리 고양이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프리미엄 북스刊) 를 보고 있자면 고양이의 우월성은 더욱 명료해진다.

인간들이란 저와 비슷한 부류가 아니면 사랑 따위는 베풀려 하지 않는게 보통인데 새끼 고양이 비티는 이런 인간들과는 달리 외톨이 개 프리비에게 친구가 돼 주었단다.

스위트 윌리엄이라는 점잖은 고양이는 누군가 관심을 기울여주면 즐거워 하고 먹이가 풍족하면 풍족한대로 기뻐할줄 아는, 참 마음 편한 녀석이다.

일상의 자그마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지나친 기대와 소망으로 쉽게 좌절하는 어리석은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 윌리엄의 철학이라나. 돈과 권력앞에 굽실대는 인간들은 용감한 고양이 케이트 앞에서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

그는 낯선 곳에 홀로 떨어져 있어도 좀처럼 겁먹을 줄을 모른다.

물렁하거나 모호하거나 타협적인 것은 딱 질색이다.

저보다 강한 놈을 만나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이렇게 따져보니 고양이가 인간보다도 잘난게 한도 끝도 없이 많다.

그래서 '나는…' 이라는 소설이 일본에서는 최대 걸작으로 꼽히며 1백여년이 넘게 사랑을 받아오고 '일곱마리…' 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의 수위를 달리고 있는 모양이다.

똑똑한 고양이가 우매한 인간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 이렇게 많으니 말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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