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저우야우원 감독 '진송' …진나라 국가탄생의 뒷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중국 천하가 갈기갈기 나뉘어져있는 춘추전국시대를 종식시킨 최초의 동양제국 진 (秦) 은 그 규모에 걸맞는 기개를 갖고 있었다.

분서갱유 (焚書坑儒) 등으로 문화를 탄압한 것으로 기억되는 진 제국에는 강력한 국가의 힘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었다.

나라의 기상과 황제의 권위를 담아내는 힘이 될수 있게 한 국가인 '진송 (秦頌)' 이다.

이 음악을 만든 당대의 악성 (樂聖) 고첨리는 진시황과 어려서 고락을 같이한 죽마고우였다.

그는 차츰 대륙을 정복해가는 진나라의 적국 안 (安) 나라의 궁중음악가로서 천하통일후 포로가 된다.

진시황은 옛 친구의 예술적 재능을 기억하고 인정하고 있었다.

진시황은 안나라 백성들의 목숨을 볼모로 친구에게 천하통일과 제국의 숭덕을 찬미하는 음악을 만들도록 강요한다.

최초의 천하통일 제국의 기상을 표현하는 음악을 만드는 작곡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적국의 예술가였다.

여기에 탄압받는 위대한 예술가 (아버지의 친구) 를 사랑하는 공주의 비극적인 운명이 끼어든다.

이 악성은 조국의 동포들을 살리기 위해 작품을 만들고 발표하는 순간 진시황을 공격한다.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만들었다는 악기 칸 (거문고 형태) 으로 진시황을 친다.

자기 목숨과 빼어난 음악 재능을 한순간에 내어던지는 것이었다.

천하를 정복한 진시황에 대한 도전을 그의 옛 친구에 대한 우정도,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존경도 파괴해버려 비극을 맞는다.

영화의 영어제목은 '황제의 그림자 (The Emperor's Shadow)' .진 제국의 광대한 야망을 묘사하는 음악 뒤에는 비극적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첸카이거, 장이모우 등과 같은 세대의 북경영화학교 출신인 저우야오원 (周嚆文) 감독의 대형 사극인 '진송' 은 고대 제국의 위엄을 표현하는 대형 스케일의 화면과 주제로 서양 비평가들에게 특히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진시황역을 맡은 장원 (姜文) 의 선이 굵은 연기도 대륙 영화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사실적인 사극 상황 설정과 인물들의 비극적인 부딪힘 등도 오랫만에 대륙에서 만든 작품의 힘을 느낄수 있게 한다.

채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