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중국 정상회담과 한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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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과 중국이 세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일견 의례적이고 원론적으로 보이지만 이같은 합의를 공식화한 것은 우리가 살아갈 21세기의 국제정세와 관련해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장쩌민 (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정상회담을 통해 이같은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안정적 발전을 꾀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지만 두 나라가 대결보다 협력을 통해 국제적인 안정과 평화가 이루어진다면 굳이 못마땅해 할 이유는 없다.

특히 두 나라가 최근 몇년동안 중국내의 인권문제와 대만 (臺灣) 문제를 비롯, 무역 등 몇가지 쌍무문제로 마찰을 빚으며 주변정세를 불안하게 해온 점에 비추어 일단 화해를 넘어 협조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두 지도자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4자회담에 참여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두 나라 모두 한반도의 정세 발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강대국 논리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양국의 그러한 관심이 불안정한 한반도에서 안정자 (安定子)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가져 봄직한 일이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일은 그러한 측면보다 오히려 한반도 내부의 상황이다.

주변정세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대처해 나갈만한 태세를 우리가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한 태세는 물론 주변상황의 변화를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능동적으로 이용할 만큼 민족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다.

이제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는 50년 넘게 남북한 대결상황을 가져 왔던 상황과는 판이하다.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는 판국에 미.중의 대립관계를 배경으로 했던 남북한 관계도 바뀌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중심으로 대립했던 미.중.러시아의 3각 대결 구도도 완화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구도에 맞는 전략적 입지를 마련하도록 남북한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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