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불안이유 달러매입 억제' 종금사 외채결제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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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환율불안을 막기 위해 정부가 달러화 매입을 억제하고 나서자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여 외채를 결제해오던 종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해외신인도가 낮아 해외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 일부 종금사들은 국내에서도 달러화 조달이 막혀 지급불능에 빠질 우려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국환은행이 필요이상으로 달러화를 사들일 때 그 초과분이 자기자본의 5% 또는 8백만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는 재정경제원 방침에 대해 종금업계가 외화자금사정을 크게 악화시키는 조치라며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종금사들은 기아사태 이후 해외차입이 막히자 국내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대량으로 사들여 만기가 닥친 외채를 갚아왔는데 달러화 매입에 제한을 가할 경우 빚 막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종금사들은 이날 오후에도 달러화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화를 방출하는 것을 이용, 약 2억달러를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 종금사 국제금융담당 임원은 "환율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화 매입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면 당장 종금사들의 외화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되고 이것이 해외신인도를 추가로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경원은 외채결제등을 위해 제한범위 이상으로 달러화를 사들일 수는 있도록 하되 한도가 초과된 날로부터 한달 이내에 제한범위내로 맞춰놓도록 보완하기로 했다.

그러나 종금사들은 한달간 달러화 매입초과상태를 유지할 수 있더라도 해외 차입조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외화자금운용에 큰 압박을 받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LG종금등 8~9개 종금사들이 외화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리스자산을 담보로 한 해외증권 (ABS) 발행을 추진중인데 발행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아 외화자금을 손에 넣지 못한 상태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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