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아 김선홍회장 퇴진과 기아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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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동안 정부와 기아 사이에서 사태해결의 제일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던 김선홍 (金善弘) 기아그룹회장이 사태발생 1백7일만에 사퇴함으로써 기아 회생의 행보가 빨라지게 됐다.

그 배경이 어떠했든 간에 전문경영인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던 金회장이 이런 모습으로 퇴진하게 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기왕에 사퇴하려면 좀 더 일찍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굳이 기아 내부에서 金회장 퇴진의 목소리가 나오고 검찰의 내사소식이 전해진 뒤에 사퇴한다는 점이 명쾌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퇴진이 기아살리기의 전기를 마련한 것은 분명하다.

그의 사퇴가 실제로 기아살리기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종업원들이 새로운 경영진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노조도 강도 높은 자구노력에 동참해야 하며 인력절감과 같은 고통스런 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기아 종업원에게 남아 있는 선택은 대다수 종업원이 기업의 회생과 함께 생존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다같이 망하는가 밖에 없다.

선택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각오 없이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기대할 수는 없다.

金회장의 사의배경과 관련해 정부가 제3자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산업은행의 기아대출금을 출자전환한 뒤 국민주 형태로 팔아 국민기업화한다는 기아방안을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있다.

그 진위를 정부는 확실히 밝혀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기아살리기의 올바른 방향이 궁극적으로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공기업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기아를 특정 기업이 인수하느냐의 여부는 시장에서 가장 적합하고 능력있는 업체가 원칙에 따라 결정될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공기업형태, 더 나아가 국민기업화한 기아가 99년부터 일본차까지 상륙하는 경쟁구도에서 생존가능한가 하는 각도에서 해결방향을 봐야 한다.

공기업화한 기아가 다시 부실화해지면 그때 가서 산업은행까지 부도를 낼 것인가.

정부는 자동차산업의 장래를 고려해 기아살리기의 합리적 방향을 조속한 시일 내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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