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컴퓨터 교실 수강료 미심쩍다 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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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 E초등학교는 지난해 ‘방과후 학교’ 수업으로 컴퓨터 교실을 개설했다. 학교는 컴퓨터 교실을 운영하는 업체에서 1651만원을 받아 방과후 학교와 관계가 없는 학교 도서실과 시설 개선에 돈을 썼다. 이 학교의 월 수강료는 업체가 운영하는 다른 학교들에 비해 1000~2000원이 비싸다. 학교가 사용한 비용을 결국 학생들이 수강료로 부담한 것이다. 서울 S초등학교도 방과후 컴퓨터 교실에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했으나 정품을 쓰는 것처럼 가격을 속여 수강료를 비싸게 받았다.

서울시교육청·국민권익위원회는 ‘방과후 컴퓨터 교실’을 개설한 서울의 초등학교 4곳 중 3곳에서 이처럼 부적절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교육청이 지난해 6~12월 컴퓨터 교실을 개설한 376개 초등학교 중 137개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99개 학교가 부적절하게 교실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지난해 초 권익위 부패신고센터에 ‘초등학교들이 컴퓨터 교실의 운영비와 시설단가를 부풀려 학생들의 수강료로 부담시킨다’는 신고가 들어온 뒤 감사에 착수했다.

적발된 학교 중 15개 학교는 운영비와 각종 기자재 비용을 비싸게 산정하거나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학생에게 수강료를 올려 받았다. 교육청은 이들 학교에 “업자가 부당하게 얻은 수익을 돌려받아 학생들에게 총 1억4000여만원을 돌려주라”고 통보했다. 교육청은 이 중 70개 초등학교의 교장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76개 학교 관계자 130명에게는 주의조치했다.

방과후 학교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계층·지역 간 교육 격차를 좁히기 위해 도입한 정규수업 이외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2006년 시행됐다. 지난해 초·중·고 전체 학교의 99.9%(1만1076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으며 전체 학생의 54.3%인 410만여 명이 이 수업을 듣고 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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