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 - EU FTA로 보호주의 파고 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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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 어제 대부분의 쟁점 사안이 해결됐다고 한다. 다만 관세 환급 등 일부 쟁점은 다음 달 2일 열릴 통상장관 회담에서 최종 결정할 방침이란다. 2년 가까이 끌어온 협상에서 농산물과 지적재산권, 서비스 산업 등의 난제가 잘 해결된 만큼 미타결 쟁점도 좋은 결말이 나리라 기대해 본다.

우리 측 주장대로 쟁점이 타결된다면, EU와의 FTA 타결은 세계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보호무역주의가 크게 확산되고 있고, 세계 교역도 급감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자유무역에 힘이 실려야 하는 상황인지라 FTA 타결은 세계경제에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때마침 FTA가 최종 타결될 다음 달 2일은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정상회의 결론이 자유무역으로 흐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양측 경제에도 플러스 효과가 크다. EU는 총생산 증가 효과는 물론 그들이 강한 지적재산권과 서비스의 대한(對韓) 수출도 활발해질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이득이 많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보호주의 확산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이를 타개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나라와 FTA를 타결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EU와의 FTA 체결은 한국으로선 매우 좋은 선택이다. EU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권인 데다 한국 입장에서는 둘째로 큰 교역 파트너다. 게다가 아직 비준되진 않았지만 한·미 FTA도 이미 타결돼 있는 상태다. 세계 1, 2위 경제권과의 FTA가 제대로 발효한다면 우리는 보호주의 확산과 교역 감소를 그렇게 겁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보호주의 파고를 타고 넘어설 대책을 마련해 놓은 셈이라서다.

EU와의 FTA 체결 이점은 또 있다. 재협상을 원하는 미국에 협상용으로 EU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이 굳이 재협상을 하겠다면 EU만으로 만족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 미국이 수정을 원하는 자동차 협상 내용을 EU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도 강조할 수 있다. 게다가 지지부진한 한·중, 한·일 FTA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이점은 끝이 좋을 경우에만 나타난다는 걸 우리 협상팀이 명심했으면 한다. FTA 타결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좋은 결과를 얻는 FTA 체결이 목적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관세 환급 등 미타결 쟁점에서 한국 측 주장이 최대한 반영돼야 할 것이다. 다음 달 2일 최종 협상 때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거듭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