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건설경비·공기 단축위해 고속철 대전역 옮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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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고속철도 대전 역사를 현 대전역에 세우기 위해 지금의 역구내 선로와 승강장이 있는 아래를 적어도 40m나 파야 한다고 한다.

그곳에 고속철 선로를 깔고 그위 지하 30m에는 지하철 1호선 선로와 승강장이, 다시 그위 지하 11m에는 '동서 관통로' 가 지나가도록 돼 있다고 한다.

물론 지상에는 지금의 경부선 철로가 그대로 있게 된다.

현 대전역에 고속철 역사를 건설하는데는 8백만t의 흙을 파내야 하고 2005년에나 공사를 끝낼 수 있다고 한다.

또 대전 역사를 지하화하기 위해 1조원이 더 들게 된다고 한다.

엄청난 공사비도 문제지만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대전 도심상권의 회복을 위해서도 역사의 위치는 다시 고려돼야 한다.

도심의 동서로 뻗은 중앙로.선화로.중교로가 모두 경부선 철도 때문에 막혀 있다.

만약 현 대전역에 고속철 역사를 세운다면 기존의 경부선 철도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새로 건설되는 고속철도와 기존의 경부선은 회덕역 남쪽 1.5㎞에서 만난다.

이 지점은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나누어지는 회덕 분기점에서 남쪽으로 2㎞정도 되는 곳 (신대동) 으로 동쪽에 국도 17호선과 경부고속도로가 교차하면서 모두 남북으로 뻗어 있다.

이곳 남쪽에 야트막한 산이 있는데 여기서 기존 철도는 수척터널을 지나 대전역으로 향한다.

신대동에 고속철과 일반철도의 복합 역사를 짓고, 경부선 철로를 여기서부터 동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옥천쪽으로 곧바로 나아가도록 옮긴다면 여러가지 현안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첫째, 서울을 떠난 경부.전라.동해.남해선의 기차가 모두 신대동을 지나기 때문에 고속철을 포함해 이들 노선의 연계가 수월해진다.

둘째, 고속철도 역사의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고속철도의 지하화는 회덕역 남쪽 3~4㎞지점에서 시작되므로 신대동에서는 구태여 지하화할 필요가 없다.

셋째, 고속철도 서울~대전 구간의 조속한 개통을 기대할 수 있다.

개통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대전 역사 건립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미 신대동 이북은 노선공사를 시작했고 가까운 장래에 공사가 완료될 것이다.

그때는 역사만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있다.

지하를 깊이 팔 필요도 없고 흙을 내다버리는 과학산업단지 예정지도 멀지 않다.

수도권의 광명시일직동과 대전의 신대동에 대규모 역사를 짓고 이 두 역과 함께 고속철을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공사를 완료하고 실제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이유는 현 대전역과 함께 경부선 철로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대전시민의 오랜 숙원사업인 '동서 관통로' 가 한꺼번에 세개 (중앙로.선화로.중교로) 나 생긴다.

고속철 대전 역사의 이전은 필히 심각히 고려해볼 일이다.

최영한<한국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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