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내 실업계 고교들 정원 미달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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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002년이면 문닫는 실업학교가 분명히 나옵니다.

여기에 있는 학교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 주십시오. " 부산시교육청의 이유성 (李裕性) 실업교육담당 장학관은 지난 24일 오후3시 시교육청 강당에 모인 부산시내 모든 실업계 고교 (47곳) 교감.주임교사들에게 이런 경고를 했다.

李장학관은 이날 열린 98학년도 실업학교 입학요강 설명회에서 "2002년이면 고교에 진학할 학생이 지금 (약 7만1천명) 보다 3만명이 줄어 든다" 며 "그때가면 실업학교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에 부닥친다" 고 지적했다.

요즘 李교육관의 지적처럼 부산시내 실업계 고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98학년도 입시부터 정원미달 학교가 쏟아질 것이고 일부 학교는 몇년안에 아예 학교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이 최근 부산시내 중학생 (7만1천5백8명) 을 대상으로 고교진학 희망을 조사한 결과 "실업계에 가겠다" 고 밝힌 학생은 2만8천2백22명에 그쳤다.

이는 실업계 전체 정원 (3만1천16명) 보다 2천7백94명이 적은 것이어서 대규모 미달현상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관련, 교육청 한 관계자는 "98학년도 역시 문제지만 학생수가 매년 8천여명씩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2002년에는 경쟁력없는 학교는 문을 닫을 우려가 높다" 고 밝혔다.

실업학교들이 올부터 신입생 모으기가 더욱 어렵게 된 것은 인문계 고교입시제도의 변화때문. '98학년도 입시부터 시험을 치지 않고 중학교 내신성적만으로 학생을 뽑게 되자 중학생들이 너도 나도 인문계 진학을 희망하게 됐다' 는 것이다.

일선 중학교 교사들은 "고교진학이 이제 시험을 치지 않아도 되는데다 가정형편이 좋아져 모두들 인문계로 가려 한다" 고 전했다.

그러자 실업계 고교들은 벌써부터 중학교 진학담당 교사를 학교로 불러 졸업후 학생들의 진로등을 설명하거나 학교 홍보물을 만들어 중학교에 보내는 등 학생 모으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실업계 고교들은 "인문계 고교에서 하위권 성적으로 고민하기 보다는 실업계에 오면 기술도 배우고 대학 진학도 오히려 더 쉽다" 며 "전문대의 경우 대부분 고교성적만으로 학생을 뽑기 때문에 실업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진학이 더 쉽다" 고 강조하고 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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