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실업인 2명에 일본열도 시끌…기업서 돈받은 총회꾼 사건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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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재일교포 거물 실업인들이 일본을 뒤흔들고 있는 총회꾼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되거나 거액의 부정어음을 발행하고 잠적함으로써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 매스컴이 이들을 일제히 톱뉴스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재일교포 사회는 일본국민들의 시각이 크게 나빠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일본경찰은 25일 재일교포가 운영하는 총회꾼 기업인 나카모토 (中本) 종합기획 (대표 鄭照模.53) 의 계좌에 일본 유명기업들이 정기적으로 돈을 송금한 사실을 밝혀내고 鄭씨를 구속했다.

鄭씨는 ▶미쓰비시 자동차등 미쓰비시 계열 3개사 ▶히타치 제작소등 히타치그룹 계열 10개사 ▶아사히은행 ▶대일본인쇄등 20개사의 주식을 1천~3천주씩 소유하고 있으면서 주주총회를 방해하지 않는 대가로 이들로부터 수년동안 매년 2백만엔에서 수십만엔씩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고 일본 경찰은 밝혔다.

올해초부터 도쿄 (東京) 지검 특수부가 총회꾼 사건을 수사하면서 노무라증권등 일본 4대 증권사와 다이이치강교 은행이 쑥대밭이 된데 이어 경찰이 鄭씨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총회꾼 사건은 일본 유력 재벌그룹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또 아사히 (朝日) 신문은 25일 오사카 (大阪) 의 재일교포 거물실업가 허영중 (許永中.50) 씨가 2백억엔 (약 1천5백억원) 의 약속어음을 부정발행한 사기혐의를 받고 있으며 도쿄지검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許씨가 이미 이들 어음중 현금상환 요구가 있은 15억엔에 대해 상환을 거부, 부도를 냈으며 최근 한국으로 건너가 행방이 묘연하다고 덧붙였다.

許씨는 지난 91년 지하인맥을 통해 거액을 받고 그림.골프장등을 불법적으로 팔아치운 이토만사건으로 구속됐다가 보석금 6억엔 (45억원) 을 내고 풀려났다.

許씨는 지난달 한국으로 건너갔으며 귀국예정이던 지난달 30일 협심증으로 호텔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 7일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에 따라 오사카에서는 야쿠자에 의한 살해설, 제3국 잠적설등 許씨에 대한 갖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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